2026년 2월 6일. OpenRouter 애널리스트 피터 워커(Peter Walker)는 이날이 인간이 AI 에이전트보다 더 많은 토큰을 소비한 마지막 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날 이후 숫자는 빠르게 벌어졌다. 에이전트의 토큰 소비량은 0.51조에서 7.3조 토큰으로 약 14배 뛰었다. 같은 기간 인간 사용량 증가율은 2.8배였다. 역전이 일어난 게 아니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AI가 AI를 부양하는 구조

에이전트는 점점 더 긴 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작업 중에 추가 AI 프로세스를 스스로 호출하고, 그 프로세스가 또 다른 프로세스를 부른다. 인간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횟수는 줄어들지만, 그 사이 시스템이 소비하는 토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 흐름은 추론 모델의 등장과 함께 이미 예고됐다. 추론 모델은 응답 전에 더 오래 '생각'하며 토큰을 소모한다. 쉬운 문제에도 어려운 문제만큼 긴 추론 과정을 거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이전트 아키텍처는 이 토큰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킨다.
비용 구조는 다르다

수치만 보면 인프라 비용이 함께 폭발했을 것 같지만, 실제는 다소 다르다. 에이전트 토큰 사용량의 약 70%는 캐시된 프롬프트에서 나온다. 캐시 토큰은 신규 토큰보다 훨씬 낮은 요금이 적용된다. 원시 수치가 암시하는 것보다 실제 비용 증가 속도는 느리다는 뜻이다.
한편 OpenRouter는 오픈웨이트 모델 중심 플랫폼이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OpenAI나 Anthropic 모델에 비해 토큰 효율이 낮은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워커는 주요 AI 연구소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 인프라 기업에 던지는 질문
이 구조 변화는 국내 클라우드·인프라 기업에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기존 수요 예측 모델은 '인간 사용자 수 × 평균 사용량'을 기반으로 했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공식이 맞지 않는다. 사용자 수가 정체해도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토큰 부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캐시 토큰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단순 GPU 연산력보다 고속 메모리 대역폭과 캐시 처리 최적화가 더 중요한 병목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에이전트 워크로드는 짧고 집중적인 인간 요청과 달리, 긴 컨텍스트를 반복 참조하는 패턴을 갖는다. 인프라 설계의 전제 자체를 다시 짤 필요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