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느 가정의 생일 파티. 여든 살 노인 앞 무대에 중국산 휴머노이드 두 대가 등장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그리고 한 대가 팔을 뻗어 노인에게 선물을 건넸다. 이 장면 한 컷이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압축한다.

중국 로봇 기업들이 일본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Smart Analytics Global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1만 8,500대 중 97%를 중국 제조사가 공급했다. Unitree는 일본 내 중국 휴머노이드 브랜드 중 가장 잘 알려진 이름이 됐다. 일본 휴머노이드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 엔지니어에 따르면, 이제는 기업이 고객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흐름이 됐다.

왜 하필 일본인가

중국 휴머노이드, 일본 노인 생일 파티 무대에 서다 (summary)

일본은 고령화와 인력난이 가장 극단적으로 겹친 시장이다. McKinsey는 향후 20년간 일본의 가용 노동력이 약 150만 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Reuters-Nikkei 조사에서는 220개 기업 중 34%가 이미 AI 로봇을 도입했거나 계획·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물류 창고, 식당, 가정, 자동차 공장, 공항까지 수요처가 넓다.

역설적으로 일본은 전통 산업용 로봇의 강국이기도 하다. 이른바 '빅4'를 지배해온 일본 제조사들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수출의 약 45%를 담당했다. 그런데 서비스·물류 현장은 다르다. 기존 공정에 빠르게 끼워 넣고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장비를 원한다. 일본 전통 강자들이 강한 영역과 중국 신흥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오는 영역이 다른 것이다.

현장에 깔린 중국 로봇들

이미 일본 곳곳에 중국 로봇이 자리 잡았다. 물류 자동화 기업 Geek+는 2017년 첫 해외 프로젝트를 일본에서 시작했다. Pudu의 고양이 닮은 배달 로봇 BellaBot은 식당 체인에 들어갔고, 가정 자동화 브랜드 SwitchBot은 일본 가정 200만 곳 이상에서 쓰인다.

중국 휴머노이드, 일본 노인 생일 파티 무대에 서다 (summary)

2026년에는 협력 속도가 빨라졌다. Hitachi는 5월 UBTECH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Unitree는 6월 GMO AIR와 일본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Keenon은 2022년 일본 현지 법인을 세우고 200곳 이상의 지원 거점을 확보했다. Dobot은 2023년 도쿄 사무소를 열었다.

일본 로봇 산업 전체로 봐도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2025년 수주액은 1조 456억 엔으로 전년 대비 25.7% 늘었다.

빠른 침투, 느린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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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일본이 쉬운 시장은 아니다. 일본 고객은 기존 공정에 매끄럽게 연결되고, 현지 팀이 유지보수하며, 투자 대비 명확한 수익을 보여주는 자동화를 원한다. '인상적인 휴머노이드 영상' 하나로는 계약이 나지 않는다. 유통은 종합상사와 시스템 인테그레이터를 거치고, 영업 사이클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고령화 속도와 인력난 구조는 한국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시장은 중국 로봇 기업들이 '현장 투입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증 무대다. 어떤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살아남고, 어떤 조건이 도입 결정을 이끄는지를 일본 사례가 먼저 보여주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일본에서 쌓는 레퍼런스는 곧 한국 영업 자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