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를 누비는 AMR이 장애물 앞에서 멈칫거리거나 진동하는 장면은 현장 엔지니어에게 낯설지 않다. 하드웨어는 멀쩡한데 결정 품질이 떨어지는 이 현상을 카자흐스탄 독립 연구자 Zhengis Tileubay는 '계산 불안정성'이라 불렀다. 그가 The Robot Report에 처음 이 문제를 다룬 것은 지난해였다. 이번 후속 기고 「The edge AI wall: Why embodied AI requires new mathematics」는 그 문제를 단일 로봇의 항법 버그가 아니라 물리 AI 전체 계층이 공유하는 구조적 한계로 격상시킨다.
클라우드 공식이 로봇에 통하지 않는 이유
LLM과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의 급성장은 업계를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로 밀어붙였다. 이 무거운 아키텍처를 그대로 물리 세계에 이식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 배송 시스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대부분의 밑바닥에는 동일한 가정이 깔려 있다. 클라우드 AI에서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늘리면 성능이 올라갔으니, 물리 몸체를 제어할 때도 같은 전략이 먹힐 것이라는 '선형 확장 가설'이다.
Tileubay는 이 가설이 환경 물리학의 근본적 차이를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클라우드는 서버와 가속기를 추가하면 메모리와 연산 부족을 메울 수 있고, 몇 초의 응답 지연도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허용된다. 반면 물리 AI 시스템은 탑재 컴퓨터가 소비하는 와트 하나하나가 배터리 용량과 무게, 열 관리 시스템에 직결된다. 결정 지연은 밀리초 단위로 임계적이다. 로봇이 장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이미 지나간 환경 상태에 반응하게 되고, 제어 안정성을 잃어 진동과 사고로 이어진다.
이중 벽: 물리와 수학
이 병목을 Tileubay는 '엣지 AI 벽(edge AI wall)'이라 명명한다. 벽은 두 겹이다.
첫 번째는 물리적 한계다. AMR이나 자율주행차는 전력망에 연결되지 않고 배터리에 의존한다. 대형 GPU나 전용 가속기를 탑재하면 연산 성능은 올라가지만 에너지 소비와 발열이 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더 무거운 배터리와 냉각 시스템을 달아야 한다. 플랫폼 총중량이 늘면 유효 탑재 용량이 줄고 운용 시간이 짧아진다. 성능 와트 하나가 공학적으로 지나치게 비싸지는 악순환이다.
두 번째는 수학적 한계다. 실세계 환경은 끊임없이 혼돈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로봇의 행동을 모델링하면 조합 폭발 현상과 맞닥뜨린다. 동적 객체와 그 상호작용이 늘수록 플래너의 상태 공간과 결정 트리는 지수적으로 가지를 친다.

이를 이산 단계로 단순화하면 지수 법칙으로 표현된다: N = A^L (N: 전체 탐색 공간, A: 결정 지점의 대안 행동 수, L: 계획 깊이).
Tileubay가 제시한 표를 보면 규모가 직관을 압도한다. A=10, L=5일 때 탐색 공간은 100,000이고(지역 장애물 회피 수준), L=10이면 100억(10^10, 창고 로봇 항법), L=20이면 10^20(다중 에이전트 계획)에 달한다. 실제 배치 환경에서 연속 행동 공간(관절 각도, 속도 벡터, 가속도)을 다루면 A의 실효값은 이보다 훨씬 크다. 하드웨어 성능을 늘리는 것은 이 무한히 팽창하는 트리를 더 빨리 순회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고전적 전수 탐색 알고리즘은 지수 폭발 앞에서 무력하다.
'원격 두뇌'도 해답이 아니다
탑재 연산의 대안으로 업계가 자주 거론하는 것이 '원격 두뇌', 즉 클라우드 로보틱스다. 센서 원시 데이터를 5G/6G로 원격 서버에 보내 처리하고 명령을 돌려받는 구조다. 그러나 Tileubay는 이 아키텍처가 안전 임계 제어 루프에는 두 가지 이유로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첫째는 지연이다. 클라우드 텍스트 챗봇에서 500밀리초 지연은 사용자가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교차로의 자율주행차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에게 50밀리초 지연조차 사고 위험이 높다. 클라우드 명령이 도착할 때 로봇의 물리적 몸체는 관성으로 이미 이동해 있고, 명령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실 상태를 향한다.
둘째는 무선 통신의 본질적 불안정성이다. 도심, 산업 시설, 고밀도 구역에서 전파는 감쇠, 간섭, 국지적 단절을 피할 수 없다. 핵심 결정 루프를 클라우드로 옮긴다는 것은, 패킷 손실 한 번으로 수십에서 수백 킬로그램짜리 물체가 무유도 상태로 주변을 위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안전한 구현 AI 시스템은 자율 연산 능력을 탑재해야 하고, 엣지 AI 아키텍처가 로보틱스의 유일한 실행 가능한 경로로 남는다.
조합 압축 엔진: 트리를 빠르게 순회하는 대신 트리를 줄인다
Tileubay가 제안하는 돌파구는 하드웨어 경쟁을 포기하고 탐색 공간 구조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가 개념화한 조합 압축 엔진(CCE, Combinatorial Compression Engine)은 기존 신경망 가지치기·양자화·증류와 다르다. 이 기법들은 모델을 더 작게 만들지만 문제의 기저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CCE는 로봇의 실행 사이클 중에 계획 트리에서 본질적으로 중복되거나 파괴적인 가지를 사전에 제거한다.

이론적 토대는 '이중성-비평형(DN, Duality-Nonequilibrium)' 모델이다. 이 틀에서 시스템 상태는 구조적 복잡도 S의 동역학으로 기술된다. 여기서 중요한 용어 구분이 있다. 고전 열역학에서 S는 혼돈의 척도인 엔트로피를 뜻하지만, DN 이론에서 S는 정반대 개념인 구조적 복잡도의 척도다. 이 값의 변화율은 시스템이 외부 교란에 맞서 내부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직하는지를 반영한다.
통제 시뮬레이션과 계산 실험에서 CCE 알고리즘은 결정 기능 품질을 유지하면서 탐색 공간을 8~11배 압축하는 능력을 보였다.
ΔN-ΔD 조절기: 시뮬레이션 검증
DN 이론의 핵심 원리는 GitHub의 오픈 시뮬레이션 테스트베드(DeltaCore-Robot-Sim)에서 구현·평가됐다. 시스템 동역학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dS/dt = α(ΔN, ΔD) × ΔN + β × ΔD
여기서 ΔN은 외부 비평형 척도(환경 변화의 강도와 혼돈), ΔD는 내부 이중성 척도(동등한 대안 경로 선택 시 플래너 내부 충돌 수준), β는 내부 이중성 기여 가중 계수, α(ΔN, ΔD)는 현재 조건에 대한 조절기 민감도를 결정하는 시스템 응답 함수다.
조절기는 ΔN-ΔD 좌표 공간에서 로봇 상태를 분석해 행동 모드를 동적으로 전환한다. 플래너 대역폭을 일시적으로 좁히거나, 속도를 줄이거나, 안전을 우선시한다.
두 가지 엣지 시나리오에서 기존 궤적 플래너(베이스라인)와 비교한 배치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ΔN-ΔD 조절기 vs. 기존 플래너 시뮬레이션 비교
| 시나리오 | 측정 지표 | 기존 플래너 | DN 조절기 | 변화 |
|---|---|---|---|---|
| random_chaos (외부 혼돈) | 위험 근접 충돌 건수 | 27.000 | 2.200 | 90% 이상 감소 |
| internal_conflict (대칭 모호성) | 진동 지표 | 5.000 | 0.000 | 100% 제거 |
극단적 외부 혼돈 환경에서 조절기는 자동으로 안전 우선 모드를 가동해 위험 근접 충돌을 90% 이상 줄였다. 대신 로봇은 생존을 위해 목표 달성 속도를 의도적으로 희생했다. 대칭적 모호성 환경, 즉 기존 플래너가 진동과 멈춤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100% 테스트 실행에서 진동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핵심 항법 효율은 유지했다.
다만 Tileubay는 한계를 명확히 밝힌다. 이 결과는 단순화된 2D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만 검증됐다. 이 수학 모델을 실제 물리 로봇과 엣지 AI 하드웨어로 이전하는 것은 상당한 엔지니어링 도전이며, 현재 학술·산업 연구 파트너십을 적극 모색 중이다.
로봇 AI의 다음 전선
클라우드 AI 시대의 승리 공식은 자원 확장이었다. 서버를 더 쌓으면 됐다. 그 공식을 물리 세계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는 엣지 AI 벽에 부딪혔다. 하드웨어 한계와 조합 폭발의 수학이 동시에 막아선다.
Tileubay의 논문이 제안하는 전환은 단순하다. 더 빠른 처리가 아니라 탐색해야 할 공간 자체를 줄여라. 이 방향은 로보틱스에서 컴퓨팅 역사의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 메모리 관리, 네트워크 대역폭 할당, 전력 최적화가 범용 컴퓨팅의 핵심 규율이 된 것처럼, 결정 공간의 복잡도 관리가 차세대 구현 AI의 근본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로봇 산업에도 이 논점은 무관하지 않다. 국내 물류·제조 현장에 AMR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고, 삼성·LG·현대 등이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 로봇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탑재 연산의 효율성 문제는 조만간 현장 설계 선택의 핵심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클라우드에서 검증된 확장 공식이 엣지에서 얼마나 달리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그 선택의 전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