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제프 딘(Jeff Dean)은 샌프란시스코 체이스 센터에서 열린 Y Combinator 스타트업 스쿨 무대에 올랐다. 청중 6,000명 앞에서 그는 창업자들이 주목해야 할 분야로 '자동화된 과학적 방법론'을 꼽았다. 실험을 제안하고, 구현하고, 평가하고, 결과를 얻는 루프를 수천 개 동시에 돌리면 과학·생물학·칩 설계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청중은 몰랐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스타트업을 조직한 직후였다.
며칠 뒤 구글은 조직 개편을 공식 발표했다.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CEO는 Google DeepMind 수장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를 알파벳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이자 Google DeepMind 의장으로 승격한다고 밝혔다. 하사비스는 AI로 신약을 개발하는 알파벳 산하 Isomorphic Labs도 계속 이끈다. DeepMind의 전 CTO 코레이 카부쿠오글루(Koray Kavukcuoglu)가 Google DeepMind의 SVP로 올라서며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가 됐다.
승격 소식과 함께 이탈 소식도 나왔다. 구글의 30번째 직원이자 Google Brain 공동창업자인 제프 딘이 회사를 떠난다. 함께 떠나는 공동창업자는 세 명이다. 딘의 오랜 협력자로 구글 핵심 인프라를 함께 설계한 수석 엔지니어 산제이 게마왓(Sanjay Ghemawat), Google Brain 공동창업자이자 AutoML-Zero의 핵심 연구자 쿠옥 레(Quoc Le), DeepMind 연구 부사장이자 Gemini 기술 리드 오리올 비냘스(Oriol Vinyals). 딘이 구글에 합류한 건 1999년이다. 27년 만의 이별이다.

넷이 세운 회사 이름은 Discovery Loop.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형태로 설립됐다. 초기 투자 라운드는 Radical Ventures와 Khosla Ventures가 공동 주도했고, Kleiner Perkins·Lightspeed·Doerr Capital도 참여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창립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피차이는 "클라우드 파트너로서 협력을 이어가고, ML 시스템과 인프라 발전을 위한 연구 프레임워크에서도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벳은 첫 1년간 컴퓨팅 파워도 제공한다.
Discovery Loop의 방향은 생성 AI와 다르다. 질문에 답하는 AI가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AI다. 딘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실험 루프를 더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실험의 양과 질이 동시에 높아지면 과학적 돌파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쿠옥 레는 "자동화된 머신러닝을 통해 트랜스포머와 다른 아키텍처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했다.

회사는 자신이 첫 번째 고객이 될 계획이다. 초기에 만든 자율 실험 루프를 자사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선에 먼저 투입하고, 그렇게 발전한 AI 시스템을 칩 설계·생물학·신약 개발·소재 설계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이다. "핵심 지능과 발견 루프 기반을 만들면 다른 도메인으로 빠르게 일반화할 수 있다"는 게 비냘스의 설명이다.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즉 AI가 더 나은 AI를 만드는 과정도 관심 영역이다. 인간 반복 작업을 루프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Khosla Ventures는 이번 라운드를 공동 주도했다.
구글 내부에서 피차이는 딘 팀을 붙잡기 위해 여러 차례 설득을 시도했다고 Wired가 전했다. 딘은 "대형 조직에는 급진적 변화를 막는 관성이 항상 있다. 스타트업의 자유를 원했다"고 했다. 구글은 결국 투자와 컴퓨팅 지원으로 이들의 출발을 도왔다.

하사비스의 승격과 딘 팀의 이탈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알파벳은 최고과학자 직책을 신설해 AI를 과학 발견의 도구로 격상시키려 한다. 하사비스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AI의 1순위 응용은 인간 건강 개선이어야 한다고 항상 믿어왔다. 이제 AI가 암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세상에 명확한 가치를 증명할 때"라고 썼다. 딘 팀도 같은 문제를 풀겠다고 떠났다. 다만 구글 안이 아니라 밖에서.
이 흐름은 국내 AI 연구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빅테크 내부 연구조직에서 독립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패턴, 생성 AI 모델 경쟁에서 '과학적 발견 자동화'라는 새 목표로의 전환은 기초 연구 투자와 인재 유치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구글조차 막지 못한 이탈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그 답이 나올 때쯤 AI 연구의 다음 장이 어디서 쓰이는지도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