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매출 650억 달러. 2025년 말 90억 달러였던 수치가 7배 이상 뛰었다. Anthropic이 IPO 시장을 두드리는 시점은 이 숫자가 가장 설득력 있게 들릴 때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nthropic의 기업공개(IPO)에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앵커 투자자로 참여해 주식이 공개 시장에 풀리기 전에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Anthropic은 이번 IPO에서 최대 1,0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약 2조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사되면 역대 최대 규모의 IPO가 된다. IPO는 미국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이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관계는 이번 협의보다 먼저 시작됐다. Anthropic의 Claude는 엔비디아 GPU 위에서 돌아간다. 2025년에는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Azure 컴퓨팅 자원을 300억 달러어치 구매하기로 약정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Anthropic은 고객이면서 동시에 투자처다.
이 구도는 Anthropic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산업 전체에 걸쳐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보증을 통해 데이터센터 금융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Economist는 엔비디아를 두고 'AI 산업의 중앙은행'이라고 표현했다. 자금이 고객사로 흘러들어가면, 그 돈은 다시 칩 주문으로 엔비디아에 돌아온다. OpenAI에도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자본 배치는 최근 더 공격적으로 확장됐다. 9월 초 엔비디아는 오픈웨이트 AI 모델 플랫폼 Hugging Face를 129억 3,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본지 2026-09-03 보도). Hugging Face의 연간 매출은 약 1억 5,000만 달러 수준으로 인수가 대비 극히 작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이 딜을 밀어붙인 이유는 OpenAI·Anthropic·Google 같은 클로즈드 AI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상황에서 오픈웨이트 생태계의 허브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Anthropic의 2조 달러 목표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볼 것인가. 매출 650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약 30배 수준이다. 공개 시장 투자자들이 이 배수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 경쟁사의 부상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두고 투자자 사이에서 회의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앵커로 들어오면 그 회의론을 일정 부분 잠재우는 신호가 된다.
글로벌 AI 자본이 소수 거대 기업으로 빠르게 집중되는 이 흐름은 한국 AI 생태계에도 구조적 압력을 만든다. 수조 달러 규모의 자본이 Anthropic·OpenAI·Google 같은 최상위 플레이어에 쏠릴수록, 국내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자의 시선을 끌기는 더 어려워진다. 핵심 연구 인재가 더 높은 보상을 제시하는 해외 빅테크로 이동하는 경향도 강해질 수 있다. 한국 AI 투자 환경이 글로벌 자본 집중의 그늘 아래 놓이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