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물건을 집는 순간, 가장 혹독한 환경에 놓이는 부위는 손끝이다. 수백만 번 누르고 쓸고 긁히는 그 지점에 센서를 붙이는 것 — 이것이 지금까지 촉각 센싱 기술이 안고 온 구조적 딜레마였다.
물리적 AI(Physical AI)는 디지털 추론을 넘어 실세계 조작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휴머노이드 손, 정교한 그리퍼, 물류·서비스·산업용 로봇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촉각'을 요구한다. 로봇이 봐야 할 것은 이미 잘 보고, 경로를 계획하고, 이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 남은 관문은 손이다.
표면에 센서를 붙이면 생기는 일
현재 주류 촉각 센서는 정전용량식, 압저항식, 압전식, 마찰전기식, 임피던스 기반 구조 등 다양하다. 공통점이 있다. 탄성체나 유연 기판에 전기 감지층을 접촉면 가까이 배치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가까운 곳'이 로봇에서 가장 가혹한 기계적 환경이라는 데 있다. 반복 압축, 마모, 오염, 습기, 온도 변화, 세척 노출, 소재 노화가 모두 한 지점에 집중된다. 캡슐화로 보호해도 표면에 결합된 적층 구조는 결국 외피와 운명을 같이한다. 시간이 지나면 마모, 히스테리시스, 크리프, 층간 박리, 기준선 드리프트, 재보정 부담이 쌓인다.
실험실 프로토타입이라면 관리할 수 있다. 수백만 번 접촉 사이클을 돌려야 하는 상용 로봇 손에서는 이것이 제품 생존 가능성 자체의 문제가 된다.

음파를 소재 안으로 — 손상 구역 밖에서 읽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본사를 둔 UltraSense Systems는 2018년 설립된 이후 자동차 H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초음파 터치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회사가 제안하는 구조는 단순하다. 센서를 표면 아래에 둔다.
초음파는 전기장이 아니라 음파로 작동한다. 트랜스듀서가 소재 적층 구조 아래에서 음파를 쏘면, 파동이 내부를 통과하고 경계면에서 반사된다. 물체가 표면을 누르면 적층 구조의 기하학이 바뀐다. 음향 경로 길이, 에코 타이밍, 반사 진폭, 주파수 응답이 달라진다. 이 변화를 분석하면 접촉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추론할 수 있다.
비행시간(ToF), 반사 진폭, 감쇠, 주파수 응답, 위상, 음향 임피던스 불일치 — 이 다중 파라미터가 접촉, 변형, 힘 분포, 전단, 소재 특성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단일 효과 센서가 아니라 다중 파라미터 아키텍처다.
결정적인 이점은 외피 소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성체, 폴리머, 유리, 금속, 가죽, 패브릭 — 어떤 소재든 외피로 쓰면서 초음파가 그 아래에서 촉각을 읽는다. 외피는 마찰·순응성·내마모성을 담당하고, 센서는 손상 구역 밖에 머문다.

500μm 해상도, 1.25mN 정밀도
UltraSense가 공개한 수치는 구체적이다. 탄성체 층을 통해 500마이크로미터 공간 해상도로 촉각 감지를 구현했다. 이 해상도면 접촉 프로파일의 능선과 계곡 패턴까지 분해할 수 있다. 국소 압축력 프로파일링 정밀도는 약 1.25mN이다.
전단력 추론도 가능하다. 물체를 쥘 때 수직 힘만큼 중요한 것이 접선 방향 미끄러짐이다. 손가락이 충분히 세게 누르고 있어도 접선 방향 슬립이 시작되면 비전이 움직임을 감지하기 전에 파지가 실패한다. UltraSense의 접근법은 소재 적층 내 측면 변위를 추적해 전단 관련 거동을 추론한다. 시연에서 전단력 추론 노이즈 플로어는 약 5mN이었다.
소재 분류도 음향 임피던스로 처리한다. 금속, 유리, 플라스틱, 고무, 패브릭, 피부, 폼 — 소재마다 밀도와 음속에 따라 다른 음향 임피던스를 가진다. 반사 진폭, 에코 특성, 감쇠, 주파수 응답 분석으로 접촉 중인 소재를 분류할 수 있다.
자동차 400만 대에서 쌓은 양산 경험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도 제조 가능성이 없으면 상용화는 없다. UltraSense가 차별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이 회사는 자동차 HMI 분야에서 400만 개 이상 유닛을 양산 납품했다. (소스: "more than 4 million units") 자동차 애플리케이션은 신뢰성, 온도 성능, 진동 내성, 방습, 제조 반복성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초음파 센싱, 혼합 신호 IC, 펌웨어, 보정, 테스트, 통합 경험을 축적했다. 같은 플랫폼 원칙이 이제 물리적 AI 촉각 인텔리전스로 확장된다.
ASIC 로드맵도 이 방향이다. 임베디드 처리 기능을 갖춘 SoC 기반 아키텍처로, 촉각 구역별 로컬 인텔리전스 레이어를 목표로 한다. 접촉 감지, 힘 맵 추정, 전단·슬립 추론, 접촉 상태 분류, 소재 반응 감지, 로봇 컨트롤러 출력까지 엣지에서 처리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한국 로봇·제조 산업이 주목해야 할 이유
국내 로봇 산업은 휴머노이드와 협동 로봇 양쪽에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물리적 AI 상용화 경쟁에 본격 진입한 상황에서, 촉각 센싱은 다음 기술 관문이다. 특히 제조 현장의 정밀 조립, 물류 자동화, 의료·서비스 로봇에서 '손이 느끼는 능력'은 성능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UltraSense의 접근법이 시사하는 것은 기술 방향만이 아니다. 자동차 양산 경험에서 플랫폼을 재활용해 로봇으로 확장하는 경로 — 즉, 이미 검증된 제조 인프라를 새 도메인에 이식하는 전략 — 은 국내 부품·소재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상용화 모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