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여름, 중국 AI 업계에서 사흘이 멀다 하고 새 발표가 나왔다. 상하이 AI 연구소(Shanghai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가 물리 세계 모델 W0를 공개했고, 성슈 테크놀로지(Shengshu Technology)는 Motus2를 2026 번드 서밋에서 선보였다.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는 8월 19일 상하이 증권거래소 스타마켓에 상장하며 저가 휴머노이드 전략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세 사건은 따로 읽으면 단순한 제품 발표지만, 함께 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중국이 '언어·추론' 중심의 디지털 AI 경쟁에서 '로봇이 물리 세계에서 일하는' 피지컬 AI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다.

감각·예측·행동을 하나로 — W0의 설계 논리

상하이 AI 연구소가 공개한 W0는 시각·힘·촉각을 처음부터 하나의 루프로 묶도록 설계됐다. 기존 로봇 제어 파이프라인은 '감지→계획→행동'을 순서대로 밟는다. W0는 이 순서를 깬다. 시각이 목표와 접근 방향을 잡는 동안, 힘·촉각 피드백이 파지 품질과 미끄러짐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신체 상태 추적이 자세와 움직임을 동시에 감시한다. 연구소는 이를 '이중 협업(duplex collaboration)'이라 부른다. 언어 지시, 시각 관찰, 힘·촉각 피드백, 신체 상태가 모두 동시에 흘러 들어오고, 모델은 동시에 의미 이해·미래 상태 예측·모터 명령을 내보낸다.

비동기 다중 속도 구조도 핵심이다. 장기 계획은 백그라운드에서 천천히 갱신되고, 고빈도 행동 업데이트는 새 관측에 즉각 반응한다. 시각 정보만으로는 불완전한 상황 — 파지가 안정적인지, 접촉이 제대로 안착했는지 — 에서 환경 변화와 모터 교정 사이의 간격이 짧아진다. W0는 현재 연구소의 과학 발견 플랫폼 Intern InkStone, 과학 대형 모델 S2와 연결돼 유전자 편집 단백질 지향 진화, 메피바카인 유기 합성, 지질 나노입자 제조 같은 실험실 루프를 닫는 데 이미 쓰이고 있다. 소비자용 로봇 시연이 아니라 화학·생물·소재 연구의 자동화 실험 루프가 첫 번째 목표다.

중국 물리 AI, 세 갈래로 동시에 치고 나왔다 (summary)

상상으로 연습하는 로봇 — Motus2의 자기 진화 루프

성슈 테크놀로지의 Motus2는 다른 각도에서 같은 문제를 푼다. 많은 로봇 스택이 세계 시뮬레이터와 행동 헤드를 따로 붙이는 방식을 쓰는 반면, Motus2는 정책·시뮬레이션·평가를 하나의 공유 파라미터 비디오-행동 네트워크 안에 넣었다. 세 가지 제어 인터페이스가 이 안에 있다. 세계-행동 모델이 실행 가능한 행동 묶음을 제안하고, 행동 조건부 세계 모델이 그 결과를 시각적으로 예측하며, 가치 모델이 예측 결과를 점수 매겨 선택과 학습에 쓴다.

테스트 시점에는 Best-of-N 계획이 여러 후보를 샘플링해 각각의 미래를 상상한 뒤 가장 높은 가치의 경로를 실행하고, 로봇이 실제 장면을 다시 관찰해 재계획한다. 실제 로봇 실험에서 기본 정책의 성공률은 약 65%였다. 계획만 더하면 약 67.5%, 모델 기반 강화학습만 더하면 약 72.5%, 둘을 합치면 약 75%까지 올랐다. 짧은 하위 묶음을 다듬는 경량 촉각 전문가 모듈을 추가하자 컵 꺼내기와 종이 찢기 성공률이 약 60%에서 72.5%로 뛰었다. 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가 저자 기관으로 이름을 올린 이 연구는 arXiv 2608.30237로 공개됐다.

성슈는 Motus2를 'L3에서 L4로 가는 일반 세계 모델 경로'의 진전으로 포지셔닝한다. 제한된 과제 안에서 상상한 결과로 정책을 수정하는 재귀적 자기 개선 루프가 핵심이지, 제약 없는 환경에서의 개방형 자율 학습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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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를 무기로 — 유니트리의 하드웨어 전략

W0와 Motus2가 모델 층위의 경쟁이라면, 유니트리는 하드웨어 원가라는 전혀 다른 층위에서 판을 짜고 있다. 창업자 왕싱싱(Wang Xingxing)은 구조 엔지니어 출신으로, 나사 길이와 부품 색상까지 직접 결정하는 극단적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회사를 키웠다. 그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가 개발자·연구자용 G1 휴머노이드 $13,500(약 1,810만 원), 일반 소비자용 R1 $4,900(약 658만 원)이라는 가격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는 2026년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10만 대 이상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전 세계 생산량(대부분 중국)이 1만 4,0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해 만에 일곱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유니트리는 이미 흑자를 내고 있지만, 주요 고객은 대학과 연구기관이다. 산업 현장 적용은 아직 소규모 파일럿 단계다.

유니트리의 상장 이후 주가는 최고점 대비 50% 빠져 시가총액이 약 300억 달러(약 40조 3,000억 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중국 당국은 이후 상장 심사 기준을 높여, 반복 매출을 창출하거나 손실 축소 경로가 명확하거나 '실질적 혁신'이 있는 기업에만 상장을 허가하겠다는 비공식 지침을 내렸다(The Information 보도). 미국 정부는 7월 28일부터 유니트리를 포함한 중국산 로봇의 수입을 금지해, 미국 대학과 기업이 신형 로봇을 구매하지 못하게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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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층위가 맞물리는 구조

W0, Motus2, 유니트리는 각각 다른 문제를 풀고 있지만, 세 가지가 함께 보이면 중국 피지컬 AI 생태계의 구조가 드러난다. 모델 층위(W0·Motus2)에서는 힘·촉각·시각을 통합하는 기초 기술이 쌓이고, 하드웨어 층위(유니트리)에서는 원가를 낮춰 시장을 넓힌다. 정부 지원과 전자·전기차 공급망이 이 두 층위를 아래에서 받친다.

왕싱싱 본인은 대형 세계 모델이 연산 비용이 너무 크다며 회의적이었지만, IPO를 전후해 '인식·결정·실행·평가·학습·진화의 자율 루프'를 목표로 대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모델 연구와 하드웨어 원가 경쟁이 결국 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 로봇·제조 산업에 이 흐름이 주는 압박은 구체적이다. 중국이 연구소 수준의 피지컬 AI 모델과 양산 가능한 저가 플랫폼을 동시에 쌓아가는 동안, 한국은 두 층위 모두에서 독자적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유니트리의 저가 공세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수입 금지라는 장벽을 만났지만, 그 장벽이 한국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