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 파이크 카운티에는 냉전 시대 미국의 핵무기와 해군 잠수함용 우라늄을 농축하던 땅이 있다. 그 자리에 지금 전혀 다른 종류의 국가 자원이 들어서고 있다.
OpenAI는 SoftBank 자회사 SB Energy와 20년 임차 계약을 맺고 'PORTS-Pike 테크놀로지 캠퍼스'에 약 8기가와트(IT 기준) 용량을 확보했다. 냉각·인프라를 포함한 총 용량은 10기가와트에 달한다. 단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Nvidia가 꺼낸 새 단어, LPS
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이번 계약 발표에서 새 약어를 꺼냈다. LPS — 토지(Land), 전력(Power), 건물 외장(Shell). 그는 이 세 가지가 칩과 네트워크 장비를 제치고 AI 인프라 확장의 실질적 병목이 됐다고 선언했다.

선언만이 아니다. Nvidia는 SB Energy에 15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1단계(4.25기가와트) 완공 데이터센터의 잔존 가치를 최대 1,050억 달러 한도로 보증한다. 보증 구조는 이렇다. OpenAI가 계약을 이탈하면 SB Energy가 먼저 대체 임차인을 찾고, 그다음 시설을 매각한다. 그래도 가치가 부족한 차액만 Nvidia가 메운다. 그 상한이 1,050억 달러다. 대가로 Nvidia는 캠퍼스 전반부의 독점 칩 공급권을 가져간다.
젠슨 황의 계산은 명확하다. 시스템 세대당 GPU 약 150만 개, 매출로 환산하면 1,500억~2,000억 달러. OpenAI의 2030년까지 약정 규모를 12기가와트로 보고, Nvidia가 잔여 3.75기가와트 옵션까지 행사하면 전체 사이트 합산 약 6,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이 깔린다.
OpenAI는 완공된 용량에 대해서만 비용을 낸다. 첫 800메가와트는 2028년 가동 예정이다. 전체 6년 공사 기간(2032년까지) 동안 건설 일자리 3만 5,000개와 상시 운영 일자리 2,500개가 생긴다고 OpenAI는 밝혔다.
3조 달러가 장부 밖에 있다

이 계약이 특별한 이유는 규모만이 아니다. Wall Street Journal 분석에 따르면 Alphabet, Meta, Microsoft, Nvidia 등 9개 기술 기업이 보유한 AI 관련 미기록 채무는 약 3조 달러에 달한다. 임차 계약은 납부가 시작돼야 장부에 오르고, 구매 약정은 물건이 납품돼야 기록된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임차 계약만 1조 2,0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네 배 늘었다. Alphabet의 구매 약정은 석 달 만에 3,320억 달러에서 8,110억 달러로 뛰었다.
Morgan Stanley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이들 기업의 실제 부채 수준을 더 이상 파악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Alphabet과 Amazon은 최근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다.
Nvidia 역시 처음에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전체 프로젝트 보증을 원했지만, 주가 5% 하락과 투자자 압박으로 규모를 줄였다. 최종 1,050억 달러는 직전까지 거론되던 1,200억 달러보다도 낮다.
전력 확보가 곧 AI 패권이다

PORTS-Pike 부지에는 9.2기가와트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가 들어선다. 건설 비용만 330억 달러로 추산된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비용은 최근 2년 사이 66% 뛰었다. 발전소들이 완공될 무렵에는 수출 시장과 천연가스를 놓고 경쟁하게 돼 일부 지역 가스 가격이 세 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부지는 미국 에너지부 소유 땅이고, 발전소 자금은 미·일 무역협정의 일환으로 일본이 조달한다. 연방정부의 땅, 동맹국의 자본, 빅테크의 수요가 한 곳에 얽힌 구조다.
한국 입장에서 이 흐름은 남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전력과 부지를 전략 자원으로 재정의하는 지금, 한국도 전력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입지 문제를 AI 경쟁력의 변수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OpenAI는 파이크 카운티 지역 주민 우선 채용, 지역 학교·공공안전·의료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 펀드 4,000만 달러 투자, 오하이오 대학생 약 84만 4,000명에게 Codex 크레딧 8,400만 달러 제공 등을 약속했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사회와 맺는 계약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