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트업 Queue가 완전 자율 약국 시스템을 공개하며 스텔스 모드를 종료했다. 1,26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이 회사는 현장 약사 없이 처방약을 조제하고 검수까지 마치는 로봇 시스템을 내세웠다.

로봇이 약을 짓는다 — 완전 자동화 약국, 미국에서 상용화 시동 (body)

약사 3,000~4,000명 부족, 공석률 40%

미국 약국 업계는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의약품 전문지 Drugstore News에 따르면 향후 5~6년 안에 필요한 약사 수보다 3,000~4,000명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미국 보건시스템 약사협회(ASHP)는 약사 보조 인력 공석률이 40%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인력 공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조제 오류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여기에 '네거티브 리임버스먼트', 즉 처방약 조제에 들어간 비용보다 보험 환급액이 적은 구조가 약국 경영을 짓누른다. USC와 UC버클리 연구진은 2010년 이후 미국 약국 세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른바 '약국 사막'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6,706억 달러(약 670.6 billion 달러) 규모의 미국 소매 약국 시장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0초에 60정, 96% 비용 절감

Queue의 공동 창업자 Josh Liu CTO는 "미국 약국 시스템은 구조적으로 망가졌다"고 단언했다. "Queue는 약이 조제되고, 검수되고, 전달되는 방식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시스템은 밀봉된 도매 약병에서 직접 약을 꺼내 조제한다. 각 셀에는 수천 알의 약을 보관할 수 있고, 60알짜리 약병 하나를 30초 안에 채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 280종을 지원한다. Queue 측은 전통 약국 운영 대비 최대 96%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제 정확도에 대해 Liu는 "처음부터 끝까지 100%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약이 생산된 순간부터 수입, 기계 투입, 최종 약병 완성까지 전 과정의 보관 연속성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소프트웨어는 처음에는 약사가 운용하고, 이후에는 소비자가 직접 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Queue는 이미 대형 전국 약국 체인을 고객으로 확보했고,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을 실제 현장에 배치해 초기 상업적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로봇이 약을 짓는다 — 완전 자동화 약국, 미국에서 상용화 시동 (data)

AlleyCorp 주도, 총 누적 투자 1,860만 달러

이번 1,260만 달러 시드 라운드는 AlleyCorp가 주도했다.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Riot Ventures가 이끈 600만 달러 프리시드에 이어 진행됐고, 누적 투자액은 1,860만 달러다. House Capital, Ubiquity Ventures, Grep Ventures, Banter Capital도 참여했다.

AlleyCorp의 제너럴 파트너 Abe Murray는 "Queue가 만들어낸 성과는 헬스케어 하드웨어 개발에서 드문 일"이라며 "환자의 처방약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약국 노동 제약을 자동화로 해소할 핵심 인프라를 짓고 있다"고 평가했다.

Queue는 이번 투자금을 제품 개발 가속, 엔터프라이즈 약국 고객 확대, 엔지니어링 팀 확장에 쓸 계획이다. 현재 실리콘밸리에 20명의 엔지니어 팀을 꾸리고 있으며, Rivian·Waymo·항공우주 업계 출신이 포진해 있다.

전문직 대체 논란과 의료 접근성 사이

자동화 약국은 약사·약사 보조 인력의 직무를 기계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전문직 노동 재편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Queue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리지 않는다. 대신 Liu는 "로봇과 AI는 더 큰 인간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사람과의 연결을 늘리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와 건강 결과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리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맥락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약국이 사라진 농촌 지역과 의료 취약 지역에 자율 조제 시스템이 들어선다면, 기존 약사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약사가 없는 곳에 약국을 만드는 효과가 생긴다. Queue가 스스로를 '미국 헬스케어의 새로운 인프라 레이어'로 규정하는 이유다.

한국에서의 함의

한국은 약국 밀집도가 높은 편이지만, 고령화 속도와 지방 인구 감소를 함께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약국 공백이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인 조제 시스템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약사법 규제와 맞물려 있어, Queue 같은 모델이 직접 이식되기까지는 제도적 허들이 남아 있다. 다만 미국에서 상용화 사례가 축적되면 국내 규제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