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이 공개한 숫자는 깔끔하다. Gemini 텍스트 프롬프트 한 번에 0.24Wh, TV 9초 시청보다 적다. Sam Altman은 ChatGPT 평균 쿼리를 0.34Wh로 추산했다. 2009년 구글 검색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 수치 모두 지난해 공개됐고, 당시에도 이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 숫자들이 측정하는 대상이다. 추론 모델, 멀티모달 처리,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코드 생성—단순 텍스트 교환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들이 빠져 있다. 특히 Google의 연구는 실제 에너지 소비를 대폭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3.2 billion 토큰, 8주간의 기록

기후과학자 Zeke Hausfather는 직접 측정에 나섰다. 8주 동안 Claude Code 사용 로그를 전수 추적했다. Claude Code는 API 호출마다 정확한 토큰 수를 로컬에 저장한다.

에이전트 한 번에 채팅 600배…빅테크 '저소비' 주장의 균열 (summary)

그가 입력한 프롬프트는 1,138개. 하지만 실제 모델 호출은 14,000번을 넘었다. 프롬프트 하나가 평균 12번의 모델 호출을 유발한 셈이다. 처리된 토큰은 프롬프트당 평균 290만 개. 일반 채팅 한 번이 약 1,000토큰인 것과 비교하면 2,900배 차이다.

8주 합산 처리 토큰은 32억 개. 이 중 96%는 캐시 읽기였다. 14,000번의 각 단계마다 에이전트가 누적된 전체 컨텍스트를 다시 읽기 때문이다. Hausfather가 화면에서 실제로 보는 모델 출력은 전체 처리 토큰의 0.4%에 불과하다.

총 소비 전력 추정치는 데이터센터 기준 약 170kWh(불확실 범위 70~330kWh). 프롬프트당으로 환산하면 약 150Wh, 단순 채팅 프롬프트의 600배다. Hausfather는 이렇게 썼다. "'프롬프트'는 AI 사용량의 단위가 될 수 없다. 자동차 여행을 '횟수'로 재는 것과 같다. 중요한 건 얼마나 멀리 가느냐다."

하루 사용량이 냉장고 두 대

Hausfather의 Claude Code 세션 하나당 중앙값 소비량은 0.6kWh, 스마트폰 완충의 50배다. 평균 하루 사용량은 3.0kWh(범위 1.2~5.9kWh). 냉장고 두 대를 하루 종일 돌리는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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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데이터 분석을 위해 여러 에이전트를 병렬로 돌린 가장 집중적인 하루에는 11kWh를 소비했다. 미국 평균 가구 하루 전력 소비의 3분의 1이 넘는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1.1MWh(범위 0.4~2.2MWh). 이산화탄소 환산 배출량은 연간 약 370kg이다. 전기 건조기를 1년 내내 돌렸을 때(262kg)보다 약간 많고, 샌프란시스코~뉴욕 왕복 이코노미 항공편(700kg, 직접 배출만)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 가솔린 차량 연간 배출량의 약 8%, 평균 미국인 탄소 발자국의 약 2%에 해당한다.

개인 절약보다 전력망 탈탄소

Hausfather는 죄책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소수 헤비유저의 개인 절제는 "어떤 곡선도 꺾지 못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단순 작업을 소형 모델로 돌리는 건 실질적 효과가 있다. 소형 모델은 프런티어 모델보다 토큰당 에너지를 5~7배 적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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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레버는 전력의 탄소 집약도다. 같은 작업을 청정 에너지로 돌리면 탄소 발자국이 약 90% 줄어든다. 문제는 미국 데이터센터 현장 발전 계획의 4분의 3 가까이가 천연가스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Hausfather는 여기서 가능성을 본다. AI 기업들이 가진 자본과 속도를 청정 에너지, 송전망 확충, 지열·원자력 같은 기술에 쏟아붓는다면, AI 붐이 오히려 전력망을 더 깨끗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데이터센터에 던지는 질문

이 논의는 한국과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문제로 데이터센터 입지 규제가 반복적으로 논의되는 상황에서, AI 에이전트 확산이 단순 채팅 수준의 전력 계획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사실은 인프라 설계의 전제 자체를 바꾼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에이전트 기반 워크플로를 도입할 때 비용 모델에 에너지 소비 격차를 반영하지 않으면, 운영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