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WAIC 2026 전시장. 알리바바 통이첸원 부스에서 시연 담당자가 클립형 이어버드를 귀에 걸었다. 상대방이 영어로 말하자 귀에 꽂힌 스피커에서 곧바로 중국어 번역이 흘러나왔다. 화면을 꺼낼 필요도, 앱을 열 필요도 없었다.

알리바바 통이첸원은 6일 WAIC 2026에서 자사 첫 AI 에이전트 이어버드를 공개했다. 클립형 착용 디자인으로 하루 종일 귀에 걸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핵심 기능은 세 가지다. 실시간 동시통역, 회의 내용 자동 요약, 착용 센서를 통한 건강 지표 추적. 통이첸원 AI 어시스턴트가 기기 안에 직접 들어간 형태다.

이 제품이 기존 AI 기기와 다른 점은 상호작용 방식이다. 스마트폰 기반 AI는 사용자가 먼저 말을 걸거나 화면을 열어야 작동한다. 이어버드는 반대다. 주변 음성 맥락을 상시 감지해 AI가 먼저 필요한 정보를 건넨다. 회의 중 자동으로 요약을 쌓고, 외국어 대화가 시작되면 통역을 끼워 넣는다. 사용자가 요청하지 않아도.

실시간 동시통역 기능은 시연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두 사람이 각자 모국어로 대화하는 동안 이어버드가 양쪽 발화를 처리해 번역을 귀에 직접 전달했다. 지연 없이. 공통 언어로 전환하지 않아도 대화가 이어졌다. 해외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 이용자나 국제 콘퍼런스 참가자에게 직접 겨냥한 기능이다.

알리바바가 이어버드를 직접 만든 데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통이첸원 모델은 이미 중국 시장 Apple Intelligence에 공급되고 있고, 복수의 하드웨어 제조사와도 협력 중이다. 자체 브랜드 웨어러블을 내놓음으로써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을 손에 쥐게 됐다.

중국 AI 플랫폼 기업들이 웨어러블로 눈을 돌리는 흐름은 알리바바만이 아니다. ByteDance는 Ola Friend를 이미 내놨고, 착용형 기기가 AI 이용자 접점을 두고 다음 경쟁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 흐름은 예사롭지 않다. 화면 없이 음성과 맥락만으로 작동하는 AI 인터페이스는 기존 스마트폰·이어버드 설계 논리와 다르다. 어떤 UI/UX 구조가 착용형 AI에 맞는지, 지금부터 설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이어버드의 실제 성패는 AI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배터리 지속 시간, 착용 편의성, 그리고 소비자가 스마트폰 대신 이어버드로 AI를 쓰는 습관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