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Reuters는 Anthropic이 칩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AI 칩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 검토는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7월 2일 The Information은 Anthropic이 삼성전자와 접촉해 커스텀 칩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TechCrunch가 확인한 Anthropic의 공식 입장은 조심스럽다. 회사 측은 "Google, Amazon, Nvidia의 칩을 포함한 다각화된 하드웨어 스택이 컴퓨트 전략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칩의 용도, 서버 내 위치, 성능 수준 등 구체적인 설계 방향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바로 일주일 전, OpenAI는 Broadcom과 손잡고 자체 추론 전용 칩 'Jalapeño'를 공개했다. OpenAI는 이 칩이 경쟁 제품 대비 전력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Amazon과 Google도 이미 각자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커스텀 TPU를 탑재해 운영 중이다. Anthropic의 삼성 접촉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대응으로 읽힌다.


AI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는 배경은 두 가지다. 특정 연산에 최적화된 전용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Nvidia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 지금 이 두 목표는 사실상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 생태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Nvidia의 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요한 칩을 생산하는 주요 파트너이며, 역으로 Nvidia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칩을 제조한다. 두 회사는 한국에 AI 칩 공장을 함께 짓고 있기도 하다. Google의 차세대 AI 칩 생산 일부를 맡는 방안도 논의된 바 있다. 여기에 Anthropic까지 가세하면 삼성의 AI 칩 파운드리 포트폴리오는 한층 두터워진다.
한편 같은 날 The Decoder는 Nvidia가 AI 스타트업들에게 광범위한 금융 보증을 제공하며 클라우드 수익의 일부를 직접 챙기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데이터센터 임원은 The Information에 "Nvidia가 미사용 컴퓨트 용량 비용을 보증하면 GPU 금융과 데이터센터 금융이 동시에 해결된다"고 말했다. Amazon, Microsoft, Google 같은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려는 Nvidia의 전략이다. AI 기업들이 Nvidia 독립을 꾀하는 동시에, Nvidia는 빅테크 독립을 꾀하고 있다. 칩 생태계 전반에서 탈중앙화 압력이 동시다발로 작동하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 Anthropic과의 협상은 단순한 수주 기회 이상이다. TSMC가 용량 한계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Nvidia, Google에 이어 Anthropic까지 고객군에 들어온다면, 삼성은 AI 칩 공급망의 핵심 노드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가 단순 부품 공급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협상의 결말은 국내 산업 지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