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7일, 도쿄발 뉴스 하나가 조용히 AI 업계를 흔들었다. Sakana AI가 프런티어 모델 Fugu를 공개하며 홈페이지에 이런 문구를 올렸다. "수출 규제 리스크 없이 프런티어 수준 성능을 제공한다."
같은 주 중국 사이버보안 기업 360은 Mythos에 맞먹는다고 주장하는 AI 보안 도구 Tulongfeng을 공개했다. 두 제품이 나란히 등장한 배경에는 하나의 사건이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Anthropic의 사이버보안 특화 모델 Mythos와 그 제한 버전 Fable 5의 해외 접근을 전면 차단한 것이다.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Sakana AI는 2023년 전직 Google 연구원 Ren Ito, Llion Jones, David Ha가 공동 창업했다. 소규모 데이터셋에서도 잘 작동하고 일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Fugu라는 이름은 일본어 복어에서 따왔다. 회사 측은 Fugu가 "Anthropic의 Fable 5, Mythos Preview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밝혔다. 에이전트 설계에도 공을 들였다. 다른 모델의 API에 접근해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이 핵심이다.
Sakana 측은 출시 타이밍이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했다. Fugu 연구는 작년부터 진행됐고, 올봄 ICLR에서 관련 논문도 발표됐다. 그러나 우연이든 아니든, 회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수출 규제 리스크 없는 프런티어 AI라는 메시지는 일본 기업과 정부 기관을 정확히 겨냥한다.
공동 창업자 David Ha는 X에 이렇게 썼다.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이 더 큰 모델을 넘어서는 다음 프런티어다." 그는 단일 공급자에게 국가 인프라를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수출 규제가 그 위험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상위 모델에 대한 접근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다. 집단 지성이 이 권력 집중에 맞서는 현실적 방어막이다."
Ren Ito는 지난주 에비앙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AI 접근권과 수출 규제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Project Syndicate 기고에서는 미국 정부에 "가장 가까운 동맹국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미국 모델은 아시아에 여전히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을 영구적 재편이 아닌 과도기로 규정했다.
베이징의 360은 달랐다. 헤징이 아니라 정면 대응이었다. 360 창업자 Zhou Hongyi는 취약점 탐지 AI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일방적 투명성" 리스크를 경고했다. 일부 행위자만 고급 취약점 탐지 능력을 갖는 상황이 초래할 불균형을 문제 삼은 것이다. Tulongfeng은 소프트웨어 취약점 자동 탐지, Yitianzhen은 사이버 방어와 사고 대응 자동화를 목표로 한다.
수출 금지 이후 2주 만에 도쿄와 베이징에서 대체재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의 크기를 방증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이 흐름은 단순한 관전 대상이 아니다. 미국 AI 모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 규제가 언제든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현실로 드러났다. Sakana의 Fugu처럼 일본어·일본 문화에 최적화된 모델이 나왔듯, 한국어와 한국 비즈니스 맥락에 특화된 대안 모델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국면이다. 미국 AI 기술 패권이 단일 축으로 작동하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규제 공백이 곧 생태계 다극화의 씨앗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