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경기장 외곽. 관중이 빠져나간 뒤 네 발 달린 로봇 한 대가 묵묵히 구역을 돈다. 360도 카메라와 열화상 센서를 머리에 달고, 쓰레기통 넘침과 수상한 가방을 찾아 이동한다. Boston Dynamics의 Spot이다.
2026 FIFA 월드컵은 인간 선수들만의 무대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Boston Dynamics가 두 종류 로봇을 경기장에 동시 투입했다. Atlas는 '풋볼 스쿨(School of Football)' 캠페인에서 '고스트 라보나(Ghost Rabona)' 킥을 시연했고, Spot은 달라스 2곳·뉴욕 시티 필드 2곳 등 총 4개 경기장 보안 순찰을 맡았다.
Atlas의 킥 동작은 강화학습(RL)으로 만들었다. 로봇 행동 디렉터 Alberto Rodriguez는 The Robot Report에 "모션캡처 슈트를 입은 축구 선수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엔진에 넣으면 몇 시간에서 하루 안에 제어 정책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잔디 위에서 발이 꺼지거나 미끄러지는 변수까지 반영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환경을 여러 차례 수정했다. 그는 "백플립보다 공과 지면이 동시에 개입하는 빠른 발 동작이 더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약 1년 전 예측 제어(predictive control) 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강화학습으로 전환한 결과다. 냉장고를 옮기는 영상으로 알려진 Atlas의 이동 조작 능력도 같은 기술에서 나왔다.
Spot의 역할은 다르다. Spot 제품 시니어 디렉터 Merry Frayne은 "Spot은 사진 찍는 용도가 아니라 일하는 개"라고 잘라 말했다. 정면에 달린 4K·열화상·라이다 통합 카메라 패키지 'Spot Cam'이 두 번째 눈 역할을 한다. 안면 인식 기능은 없다. 경기장 보안팀이 직접 운용하며, 자율 순찰과 원격 조종 두 모드를 상황에 따라 전환한다. Frayne은 "대부분의 Spot 운용은 핵시설이나 광산처럼 폐쇄 공간이었는데, 월드컵은 공공 공간에서 로봇이 유용한 일을 한다는 인식을 쌓는 기회"라고 했다.
Boston Dynamics는 현재 용접 전문 Path Robotics와 협업 중이고, 데이터센터 차단기 교체 같은 복잡 환경 구축에도 Spot을 적용하고 있다. 회사 측은 향후 몇 달 안에 추가 주요 시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FIFA와 27년 파트너십을 이어온 가운데, 이번 월드컵 투입은 그룹의 로봇 사업이 쇼케이스를 넘어 실제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국내 로봇 생태계 입장에서는 보안·시설 관리 분야 서비스 로봇 수요가 본격화하는 흐름을 확인하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