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2일, 백악관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Anthropic에 AI 모델 Fable와 Mythos의 수출을 즉각 제한하라고 명령했다. 통보 후 약 90분 만에 두 모델은 미국 외 사용자는 물론 국내 외국인에게도 접근이 차단됐다. 일주일째 두 모델은 사실상 세상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 조치는 단순한 기업 규제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수출 통제라는 수단으로 첨단 AI를 봉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실전 시험이다. 그리고 이 시험의 결과는 Anthropic 한 회사의 해외 시장 접근권을 넘어, 모든 AI 연구소가 앞으로 따라야 할 규칙의 틀을 결정할 수 있다.

Mythos는 왜 표적이 됐나

Mythos는 2026년 4월 공개됐다. Anthropic은 출시 당시부터 이 모델을 강력한 사이버 보안 도구로 소개하면서, 동시에 "잘못된 손에 넘어가면 인터넷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금지 조치 이전에도 접근 가능한 곳은 15개국의 검증된 기업과 정부 기관 약 150곳에 불과했다. 방어자들이 공격자보다 먼저 취약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였다.

금지 조치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두 가지 사건이었다. 첫째, Anthropic이 제한적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통신사에 Mythos 접근 권한을 부여했고, 미국 당국은 해당 기업이 중국과 연계됐다고 의심했다. 이 기업은 SK텔레콤으로 광범위하게 보도됐으며, SK텔레콤은 중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둘째, Amazon CEO 앤디 재시가 자사 연구진이 Fable 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행정부에 알렸다. Anthropic은 이를 "탈옥"이 아니라 이미 패치된 좁은 범위의 문제라고 반박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상무부는 수출 통제 지침을 발동했다.

30년 전에도 같은 시도가 있었다

정부가 사이버 기술의 확산을 막으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실패 사례는 1990년대 초 미국에서 벌어졌다.

당시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동하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암호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PGP(Pretty Good Privacy)였다. 데이터를 암호화해 중간에 가로채도 해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였다. 미국 정부는 PGP를 위험한 무기로 봤다. 정보기관이 이메일을 감청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미국 세관은 PGP 개발자 필 짐머만을 무기 수출 통제 위반 혐의로 형사 조사했다.

짐머만의 반격은 예상치 못한 방식이었다. PGP 소스 코드를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책은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었다. 조사는 결국 종결됐고, 이 싸움은 오늘날 "암호화 전쟁(Crypto Wars)"으로 불린다.

스파이웨어: 규제의 구멍들

2010년대 초, 중동 반체제 인사들을 겨냥한 서방제 스파이웨어가 잇따라 발견됐다. 각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바세나르 협정(Wassenaar Arrangement)을 확대했다. 민군 양용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국제 조약이다. 감시·해킹 소프트웨어를 이중 용도로 분류해 수출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태생적 약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스파이웨어 생산국인 이스라엘을 포함해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이 존재했다. 둘째, 협정 이행은 각국의 재량에 맡겨졌다. 이탈리아는 한때 자국 스파이웨어 기업 Hacking Team이 언론인과 인권 활동가를 탄압하는 독재 정권에 도구를 판매했음에도 수출 허가를 내줬다.

불가리아, 폴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유럽은 수많은 스파이웨어 제조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권위주의 정권으로의 수출을 막는 데 반복해서 실패했다. 제재를 받은 스파이웨어 컨소시엄 Intellexa 같은 기업들은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사업장을 옮기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 기반 스파이웨어 기업 FinFisher는 수출 허가 없이 터키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혐의로 수년간 검찰 조사를 받다가 2022년 문을 닫았다.

바세나르 협정 참여국과 스파이웨어 주요 제조국 현황 비교
바세나르 협정 참여국과 스파이웨어 주요 제조국 현황 비교

Mythos 금지가 남기는 질문

PGP 사태와 스파이웨어 규제의 역사는 공통된 패턴을 보여준다. 기술은 국경을 넘고, 규제는 구멍이 생기며, 제재를 받은 기업은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Mythos의 경우는 다소 다른 지점이 있다. Anthropic 스스로 접근을 제한해온 모델이었고, 그 제한이 오히려 금지 조치의 빌미가 됐다. 회사가 위험성을 강조할수록 정부의 개입 근거가 강해지는 역설이다.

한국 AI 기업들에게도 이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SK텔레콤이 Mythos 접근 제한의 직접적 계기로 지목됐다는 사실은,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얼마나 노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기술 기업과 협력하거나 그 서비스를 도입하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파트너십 계약 안에 이에 대응하는 조항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Mythos 금지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는 Anthropic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결말이 다른 AI 연구소들이 앞으로 따라야 할 규칙의 초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