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영국 AI 보안 연구소(AISI)가 공개한 평가 결과는 숫자 하나로 요약된다. 오픈소스 AI 모델의 사이버 공격 능력이 클로즈드 최전선 모델보다 4~7개월 뒤처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 2025년 초만 해도 이 격차는 6~10개월이었다.

AISI는 이번이 오픈소스 모델의 사이버 역량을 공개적으로 평가한 첫 사례다. 평가 대상은 2026년 6월 공개된 GLM-5.2와 DeepSeek V4-Pro. 두 모델 모두 누구나 가중치를 내려받아 수정·실행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이다.

두 가지 시험, 같은 결론

AISI는 두 가지 방식으로 모델을 검증했다. 첫 번째는 '좁은 사이버 과제(Narrow Cyber Tasks)' 벤치마크로, 취약점 연구·역공학·웹 공격·암호학 등 네 가지 난이도에 걸친 70개 과제로 구성된다. GLM-5.2는 이 시험에서 2026년 2월 출시된 Opus 4.6과 동등한 성능을 기록했다. 약 4개월 격차다. DeepSeek V4-Pro는 Opus 4.5 수준이었다.

두 번째는 '사이버 레인지(Cyber Ranges)' 시험이다. 4개 서브넷과 약 20개 호스트로 구성된 기업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32단계 공격을 자율 수행하는 시뮬레이션이다. 인간 전문가라면 약 20시간이 걸릴 분량이다. 이 시험에서 GLM-5.2는 Opus 4.5와 비슷한 성과를 냈고, GPT-5.6-Sol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사이버 레인지에서의 격차는 약 7개월로 좁은 과제 시험보다 넓었지만, AISI는 시나리오 수가 적어 증거 강도가 낮다고 밝혔다.

오픈소스 AI, 사이버 공격 능력서 클로즈드 모델과 격차 4~7개월로 좁혀 (summary)

AISI는 오픈소스 모델들이 평가에 최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능력이 시험 결과보다 다소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레인지 시뮬레이션이 실제 공격 환경에서 흔히 존재하는 능동적 방어자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비용 격차가 더 충격적이다

성능 격차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은 비용이다. AISI에 따르면 1억 토큰 규모의 사이버 레인지 시험 비용은 Opus 4.5·4.6 기준 약 85달러, GLM-5.2는 약 46달러, DeepSeek V4-Pro는 단 1.19달러였다.

개별 과제 단위로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Opus 4.6이 과제당 약 15달러, GLM-5.2가 약 6달러, DeepSeek V4-Pro는 28센트에 불과했다. 클로즈드 모델 대비 5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유사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장치는 사실상 무력화

오픈소스 AI, 사이버 공격 능력서 클로즈드 모델과 격차 4~7개월로 좁혀 (summary)

AISI가 더 우려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오픈소스 모델의 안전장치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DeepSeek V4-Pro는 역공학 과제를 때로 거부했지만, 단순히 재시도하는 것만으로 제한을 우회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분류기·이용자 제한 같은 안전 조치는 모델 접근을 통제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는데, 오픈소스 모델에는 그런 통제 자체가 없다.

AISI는 이를 "지속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오용 위험"으로 규정했다. 가중치가 한 번 공개되면 누구든 내려받아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외부 감시 없이 사설 시스템에서 실행할 수 있다. 상업용 챗봇도 탈옥(jailbreak)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지만, 오픈소스 모델은 거기에 무제한 복제·배포라는 위험을 더 얹는다.

방어자에게 남은 시간이 줄고 있다

AISI는 오픈소스와 클로즈드 모델 사이의 격차를 '준비 창(preparation window)'으로 본다. 최강 클로즈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사이버 방어자들이 동일한 능력이 안전장치 없이 공개되기 전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픈소스 AI, 사이버 공격 능력서 클로즈드 모델과 격차 4~7개월로 좁혀 (keyword_summary)

그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2026년 4월 Mythos Preview와 GPT-5.5는 AISI가 평가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사이버 역량 도약을 기록했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이를 계기로 사이버 위협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국제 경고를 발령했다.

AISI는 다음 평가 대상으로 Kimi-K3를 지목했다. 7월 말 가중치 공개 예정인 이 모델은 현재 코딩 벤치마크 기준 오늘날의 최전선 모델에 더 가까이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오픈소스 모델보다 비용이 크게 높다.

국내 기업이 재점검해야 할 것

국내 기업과 연구소 사이에서 오픈소스 AI 도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용 절감과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이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SI의 이번 평가는 그 이점이 새로운 보안 취약점과 함께 온다는 사실을 구체적 수치로 보여준다.

오픈소스 모델을 내부 인프라에 도입하는 순간, 안전장치 관리 책임도 함께 내재화된다. 클로즈드 모델 공급자가 제공하던 모니터링·접근 제어·패치가 사라지는 자리를 조직 자체의 보안 역량이 채워야 한다. AISI가 경고하는 '준비 창'은 한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