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휴머노이드 로봇 업계 전체가 '매드 러시' 상태였다. 현실적인 단기 목표 없이도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수익성도 좋다는 이유만으로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 흥분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지만, 이제 업계 전반에 냉정한 질문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쓸 수 있나? 경제적으로 맞나?

이 분위기 속에서 7월 15일, Walden Robotics가 스텔스 모드를 끝냈다. 조달 금액 3억 달러, 기업가치 11억 달러. Toyota Research Institute(TRI)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지난 10여 년을 연구에서 실제 현장 적용으로 넘어가는 '어려운 문제들'에 쏟아왔다.

다리를 버린 이유

Walden의 공동창업자 겸 CEO Russ Tedrake는 MIT에서 20년간 다리 달린 로봇을 연구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바퀴를 택했다.

"아이러니하죠. 다리는 20년 연구했어요. 다리 달린 로봇을 만들 이유는 많습니다. 그런데 질문은 이거예요. 실제 시장이 얼마나 되냐, 그리고 바퀴 베이스가 그 시장의 몇 퍼센트를 커버할 수 있냐."

바퀴 기반이 주는 이점은 구체적이다.

▼ 바퀴 베이스 vs 다리 베이스 비교

Walden Robotics, Toyota와 손잡고 '실용 휴머노이드' 승부수 (summary)
항목바퀴 베이스다리 베이스
안전성정적 안정 — 넘어질 위험 없음낙상 위험 존재
배터리베이스에 집적 가능 (무게=안정성)분산 배치 제약
공장 도입기존 AMR 안전 기준 그대로 활용별도 안전 기준 필요
계단 통행불가가능
설치 공간상대적으로 넓음좁음

공장에는 이미 자율주행 바퀴 로봇(AMR)이 깔려 있다. 안전 기준도 마련돼 있다. Walden은 그 위에 올라탄다.

'용도 먼저, 설계 나중'

Walden이 다른 회사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개발 순서다.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기업은 로봇을 먼저 만들고 용도를 찾는다. Walden은 반대로 했다. 로봇이 지금 당장 가치를 줄 수 있는 현장을 먼저 찾고, 그 조건에 맞는 로봇을 설계했다.

Tedrake가 꼽는 핵심 조건은 '높은 가동률'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 쓸 수 있는 작업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제조업은 전 세계적 과제입니다. 그게 경제성을 만들어줍니다."

컨베이어 벨트나 고정형 로봇팔이 들어가기 어려운 반복 작업 — 제조·물류 환경이 주 타깃이다. Tedrake는 세부 적용 분야는 파트너사와의 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손도 마찬가지 논리다. 많은 회사들이 5개 손가락의 고도로 정교한 핸드를 쓴다. Walden은 단순하고 튼튼한 그리퍼를 택했다.

Walden Robotics, Toyota와 손잡고 '실용 휴머노이드' 승부수 (summary)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냐도 중요하지만, 진짜 질문은 내구성입니다. Toyota 공장에 배치해봤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손이 혹독하게 닳아요. 그래서 그걸 견디는 손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손이 해낸 작업을 더 정교한 손이 해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Toyota 파트너십의 의미

Walden이 TRI 스핀아웃이라는 사실은 Toyota와의 관계를 단순한 투자 이상으로 만든다.

Tedrake는 Toyota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소개했다.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냐는 질문을 한 번도 못 받았어요. 대신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거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숙련 작업자가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더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물론 모든 고객사가 Toyota와 같은 우선순위를 가지진 않을 것이다. 그 간극을 Walden이 어떻게 좁힐지는 아직 열린 질문이다.

범용 로봇으로 가는 경로

Walden Robotics, Toyota와 손잡고 '실용 휴머노이드' 승부수 (keyword_summary)

Walden의 장기 목표는 '범용 로봇'이다. Tedrake는 이를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로봇'이 아니라 '다양한 고가치 작업을 학습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이 낙관론의 기반은 TRI에서 연구한 확산 정책(diffusion policy)이다. 이미 학습한 기술을 토대로 새 기술을 더 빠르게 익히게 하는 접근법이다.

"멀티태스킹이 범용 로봇으로 가는 길입니다. 실제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주는 다양한 작업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경험이 쌓여야 진짜 배포 가능한 범용 능력이 탄생합니다."

국내 휴머노이드 업계에 던지는 시사점

Walden의 전략은 국내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기업 파트너십을 맺을 때 기술 이전과 상용화 경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Walden이 보여준 모델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현장 검증 먼저 — Toyota 공장에서 실제 배치해 내구성을 확인했다. 둘째, 기존 인프라 활용 — 새 안전 기준을 만드는 대신 AMR 기준에 올라탔다. 셋째, 파트너의 문화와 목표를 공유 —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니라 Toyota의 '사람 우선' 철학을 사업 방향으로 내재화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삼성·LG 등 대기업들이 로봇 투자를 늘리는 흐름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파트너의 제조 현장을 실증 공간으로 확보하고, 그 현장의 실제 요구를 설계에 반영하는 순서가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