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일랜드 소도시 애서니에서 두 명의 주민이 Apple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기 위해 법원 문을 두드렸다. 3년 뒤인 2018년 5월, Apple은 결국 계획을 접었다. 당시엔 이례적인 사건처럼 보였지만, 그 싸움은 오늘날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의 원형이 됐다.
AI 붐이 데이터센터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우면서, 지역 사회의 저항도 규모가 달라졌다. 리서치 프로젝트 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3월 사이에만 미국에서 최소 75개 프로젝트가 주민 반대로 차단되거나 지연됐다. 이 프로젝트들의 총 규모는 1,3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대 단체 수는 2025년 말 396개에서 2026년 1분기 말 833개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제 49개 주로 퍼졌다. 같은 기간 수집된 반대 청원 서명만 23만 5,000건이 넘는다.

주민들이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전력 요금 인상이 가장 직접적인 불만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올해 처음으로 상업용 에너지 수요가 가정용을 앞지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요는 2027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서부 공장들은 인근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 요금이 오르는 피해를 이미 겪고 있다. 수질 오염도 현실이 됐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막혔다. 블랙스톤 계열 데이터센터 기업 QTS는 올해 1월 위스콘신주 디포레스트에 120억 달러 규모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주민 반대로 철회했다. 델라웨어시티에서는 580에이커 부지에 추진 중이던 데이터센터가 주 해안 구역법 위반으로 지역 규제 당국의 제동에 걸렸다. 7월에는 버지니아주 프린스윌리엄 카운티에서 QTS의 '디지털 게이트웨이' 프로젝트가 막혔다. 2,000에이커 규모의 이 단지는 이미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기 요금 압박을 받고 있는 버지니아주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반대 운동이 거세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신속 처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지역 주민의 표심을 의식해 트럼프의 친(親) 데이터센터 기조와 거리를 두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전기 요금 인상이나 환경 피해를 막는 법률이 통과될 때까지 신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지지하는 '납세자 보호법(Ratepayer Protection Act)'은 Google, Meta, Microsoft 등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에너지 비용을 자체 부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GRID법'은 데이터센터가 미국 전력망과 분리된 별도 에너지원을 사용하도록 강제해 주민의 요금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지방 정부도 규제에 나섰다. Tech Policy Press에 따르면 민주·공화 양당 주지사가 이끄는 주들이 AI 데이터센터 관련 법률 28건을 통과시켰다. 플로리다는 데이터센터 비용을 주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다호는 물 사용량을 제한했으며, 워싱턴주는 데이터센터 기업에 주던 세금 혜택을 폐지했다.

그러나 주 단위 규제들은 제각각이고, 연방 법안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 Meta의 270억 달러짜리 '하이페리온' 프로젝트(루이지애나), Google의 100억 달러 '프로젝트 미카'(미주리), SpaceXAI의 200억 달러 캠퍼스(미시시피), 그리고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들이 미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두 사람이 Apple을 막았던 것처럼, 이제는 마을 전체가 나서야 거대 데이터센터 한 곳을 막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국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도 데이터센터 입지를 둘러싼 지역 갈등이 꾸준히 불거지고 있으며, 전력 수급 부담이 커지면서 AI 인프라 확장이 전력망 정책과 충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인프라 확장 속도와 지역 수용성 사이의 간극이 어떤 방식으로 폭발하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