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이 비어 있다. 그런데 굴착기는 움직인다.
Bedrock Robotics가 텍사스와 네바다 실제 인프라 공사 현장에 완전 자율 굴착기를 투입했다. 네바다 수처리 시설 공사(Sundt Construction), 텍사스 수백만 입방야드 규모 토공 현장(Champion Site Prep), 120만 입방야드 규모 토목 공사(Zachry Construction Corp)가 첫 배치 프로젝트다.
지금 하는 작업은 터파기 초기 단계다. 흙 고르기, 성토·절토, 기초 공사 전 준비 작업 같은 '거친 첫 삽'이다. CTO Kevin Peterson은 "굴착기가 먼저 끝나야 콘크리트·철골·기계·전기 공정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공정의 출발점을 자율화한 셈이다.
레트로핏 — 기존 장비를 당일 개조
Bedrock의 핵심은 새 장비를 사는 게 아니라 기존 장비를 바꾸는 것이다. 센서·컴퓨팅 장치를 하루 만에 장착하고, 기계에 영구 변형을 가하지 않는다. 수만 시간 현장 데이터로 훈련한 머신러닝 모델이 환경 인식·동선 계획·작업 실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처리한다. 현장 관리자가 초기 계획을 입력하면 그다음은 기계가 알아서 한다.
현재는 본사에서 직접 장착·테스트한 신규 장비만 현장에 내보낸다. Peterson은 "연말까지 파트너사 보유 장비에도 레트로핏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이 먼저, 사람은 루프 안에
자율 장비가 사람과 함께 일한다. 물 탱크 트럭이 옆을 지나면 굴착기가 반응해야 한다. Peterson은 "기계가 스스로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작업 진행 여부를 판단하며, 막히면 본사에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어도 '루프 안의 사람(person in the loop)'이 원격으로 상황을 관리한다.
1년간 인간 감독 아래 실제 현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이번 상용 배치에 들어갔다.
왜 굴착기인가 — 숙련까지 5년
굴착기는 공사 현장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많이 쓰이는 장비다. 건설사 장비 대수의 25%를 차지하고, 숙련 운전까지 보통 5년 이상 걸린다. 가장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장비다.
미국 건설 인력의 20%가 55세 이상이고, 5년 안에 40% 이상이 은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 프로젝트는 평균 일정보다 20% 늦고 예산을 80% 초과한다. 건설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의 7.5%지만 산업재해 사망자의 20%를 차지한다.
Bedrock CEO Boris Sofman은 "오늘 굴착기가 혼자 흙을 파고 있지만, 우리가 향하는 곳은 굴착기·불도저·트럭·그레이더가 팀으로 움직이는 자율 편대"라고 말했다.
한국 건설 현장에 던지는 질문
한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건설 현장 고령화와 청년 인력 유입 감소는 오래된 문제다. 중장비 운전 자격증 취득자 수는 정체돼 있고, 대형 토목·인프라 프로젝트는 계속 늘어난다. Bedrock 방식처럼 기존 장비를 개조하는 레트로핏 자율화는 새 장비 구매 없이 현장 인력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경로로 주목받을 수 있다. 국내 건설사·장비 임대업체 입장에서는 도입 비용과 안전 인증 체계가 관건이 될 것이다.
Bedrock는 다음 단계로 배치 규모 확대, 더 세밀한 작업 영역 확장, 복수 기계 편대 운영을 꼽았다. 3억 5,000만 달러(약 4,850억 원)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고, Waymo 자율주행 출신들이 팀을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