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A주 시장에 상장했다. 첫날 시가총액과 상승폭 모두 A주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기업이 처음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Micron과 같은 무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 성공에는 그림자가 있다.
같은 출발선, 엇갈린 10년
2016년, 중국은 두 개의 DRAM 프로젝트를 동시에 밀었다. CXMT와 진화집적회로(Jinhua Integrated Circuit)다. 둘 다 12인치 팹, 수백억 위안 규모 자금, 같은 목표를 내걸었다.

진화는 더 빠른 길을 택했다. 대만 UMC와 손잡고 32나노 DRAM 공정 기술을 가져왔다. 2016년 7월 팹 착공, 1단계 투자 약 370억 위안(약 7조 8,100억 원), 2018년까지 월 6만 장 웨이퍼 생산이 목표였다. 당시엔 진화가 CXMT보다 앞서 있었다.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Micron이 대만과 미국에서 UMC·진화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전직 Micron 대만 직원들이 DRAM 영업비밀을 UMC를 통해 진화에 넘겼다는 주장이었다. 2018년 10월 29일, 미국 상무부가 진화를 수출 금지 명단(Entity List)에 올렸다. 미국 장비업체들은 현장 엔지니어를 철수시키고 설치를 중단했다. 이틀 뒤 UMC도 협력을 끊었다.
이후 소송은 길게 이어졌다. UMC는 2020년 미 법무부와 합의했고, Micron과는 2021년 합의했다. 진화와 Micron은 2023년 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2024년 2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검찰이 영업비밀 절취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진화는 무죄로 끝났지만, 원래 생산 목표 시점에서 5년이 지난 뒤였다. 2023년 AI 수요가 불러온 메모리 호황은 이미 지나가 있었다. 2018년에 DRAM을 만들어야 했던 라인은 끝내 가동되지 못했다.
CXMT가 살아남은 이유

CXMT는 처음부터 다른 경로를 걸었다. 외부 기술 제휴 대신 자체 연구개발과 특허 확보에 집중했다. 2019년 말에는 WiLAN 자회사 Polaris와 라이선스·특허 취득 계약을 맺고, 독일 Qimonda가 보유했던 DRAM 특허 자산을 사들였다.
IPO 투자설명서에는 2024년 90억 5,000만 위안(약 1조 9,100억 원) 손실이 기재돼 있다. 첫 연간 흑자는 2025년에야 났다. 미국 국방부는 CXMT를 1260H 중국 군사기업 목록에 올려놓았고, 미 의회는 추가 수출 규제를 계속 논의 중이다.
그럼에도 CXMT는 지금 Apple의 공급망 후보로 거론된다. TechNode 보도에 따르면, Apple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LPDDR5X를 포함한 모바일 DRAM 공급사로 CXMT를 검토 중이다. 다만 가격 협상에서 벽에 부딪혔다.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준이거나 그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Huawei·Xiaomi 등 중국 제조사 주문이 받쳐주고 있어 Apple의 단가 인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공급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삼성·SK하이닉스가 마주한 구조적 변화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다. 10년 전 중국의 DRAM 도전은 기술 격차와 제재로 번번이 막혔다. 진화의 실패가 그 전형이다.
CXMT는 다르다. 자체 특허,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 자국 수요라는 내수 기반, 그리고 AI 수요가 만들어낸 호황이 맞물렸다. Apple과의 가격 협상에서 양보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중국 내 대형 고객이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기술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CXMT의 수익성은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섰고, 미국의 규제 압력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자본·정책·생태계가 한 방향으로 정렬된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진 지형을 보여준다. 진화의 실패가 '얼마나 좁은 길이었는지'를 증명한다면, CXMT의 상장은 그 길을 누군가 통과했다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