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익명의 X 계정 @heatedrivalryai가 팬픽 플랫폼 AO3(Archive of Our Own)에서 쓸 수 있는 스킨을 공개했다. Anthropic의 Claude로 생성된 텍스트를 AO3 에디터에 직접 붙여넣으면 남는 코딩 흔적, 즉 'font-claude-response-body'라는 태그를 감지해 화면 전체를 빨갛게 물들이는 방식이다.

계정 운영자는 "이 태그가 있다는 건 Claude를 사용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The Verge가 직접 테스트한 결과, Claude에서 바로 붙여넣은 텍스트에는 빨간 화면이 나타났고,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경로를 거친 텍스트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Anthropic은 이 도구의 작동 원리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도구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Google Docs나 Microsoft Word를 거쳐 AO3에 올린 텍스트는 잡아내지 못한다. Claude를 썼더라도 중간에 다른 편집기를 거치면 흔적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맞춤법 검사나 번역 목적으로 몇 문장만 Claude에 넣었다가 다시 가져온 경우도 빨간 화면이 뜬다. 전체를 AI로 썼는지, 아니면 일부만 보조 도구로 활용했는지를 이 스킨은 구별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커뮤니티의 반응이다. 스킨 제작자는 "특정 이용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팬픽 커뮤니티는 이미 이 도구로 적발된 작가들을 공개 망신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한 작가는 편집을 맡긴 지인이 Claude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자신도 비난을 받았다. 자신은 AI를 쓰지 않았지만, 편집 과정에서 남은 흔적이 화근이 됐다.

AI 검출 기술의 한계는 이 사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텍스트에서 AI 생성 여부를 신뢰할 수 있게 판별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C2PA Content Credentials나 Google의 SynthID처럼 이미지·영상·오디오 영역에서 워터마크 기반 검증이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복사·붙여넣기한 텍스트에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Claude 외에 DeepSeek, ChatGPT 흔적까지 잡아낸다는 코드를 개발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작동 원리도 설명되지 않았다.
커뮤니티가 더 많이 의존하는 건 결국 '감'이다. 특정 문장 구조, 과도한 수사, 특유의 문체 같은 '느낌'으로 AI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AI가 그런 문체를 쓰는 건 사람이 쓴 글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AI 이전 시대에도 과장된 문체의 팬픽은 넘쳐났다.
AO3에는 이미 "Created Using Generative AI"라는 태그가 존재한다. 자발적으로 이 태그를 다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공개 비난이 두려운 상황에서 솔직한 공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