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AI가 스크린을 보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건 '프리미엄 기능'이었다. Gemini 2.5 전용 모델로만 쓸 수 있었고, 개발자들은 별도 API 경로를 거쳐야 했다.

Google이 그 벽을 허물었다. 6월 25일 Google은 컴퓨터 제어 기능 'Computer Use'를 Gemini 3.5 Flash에 직접 통합했다. 플래시 계열—속도와 비용 효율을 앞세운 경량 모델—이 이제 스스로 화면을 보고, 브라우저를 열고, 모바일 앱을 조작한다. 기능 호출(function call)·Search·Maps 같은 기존 도구와 조합하면, 소프트웨어 테스트부터 사무 자동화까지 브라우저·모바일·데스크톱을 넘나드는 에이전트를 단일 모델로 구성할 수 있다.

OSWorld 벤치마크 점수가 이 전환의 무게를 보여준다. Gemini 3.5 Flash는 78.4점을 기록했다. 전작 Gemini 3 Flash(65.1)보다 13점 이상 올랐고, GPT-5.4 mini(72.1)를 6점 넘게 앞선다. GPT-5.5는 78.7로 근소하게 앞서고, Claude Sonnet 4.6도 78.4로 동점이다. Anthropic의 Opus 4.8이 83.4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플래시 계열 모델이 이 대역에 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진 풍경이다.

여기서 '전(轉)'이 있다. 성능 경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핵심은 어떤 계층의 모델에 이 기능이 들어갔느냐다. 프리미엄 모델의 기능이 경량 모델로 내려오는 순간, 개발 비용 구조가 바뀐다. 기업이 대규모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성할 때 추론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반복 호출이다. 플래시 수준 모델에서 컴퓨터 제어가 돌아간다면, 그 반복 호출 단가가 급격히 낮아진다.

보안 설계도 함께 공개됐다. Google은 적대적 학습(adversarial training)으로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 대응하고, 기업용 안전장치 두 가지를 옵션으로 제공한다. 하나는 민감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작업에 사용자 확인을 요구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이 감지되면 작업을 자동 중단하는 방식이다. 샌드박싱·사람 감독·엄격한 접근 제어도 권고 사항으로 명시했다. 기능은 Gemini API와 Gemini Enterprise Agent Platform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Browserbase 데모와 GitHub 레퍼런스 구현도 공개됐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 변화는 업무 자동화 도입 문턱을 낮추는 신호로 읽힌다.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솔루션이 커버하지 못하는 비정형 화면 작업—레거시 시스템 조작, 복잡한 웹 폼 입력—을 AI 에이전트가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프롬프트 인젝션 취약점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프롬프트 인젝션 방어는 업계 전반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기업 도입 시 Google이 권고한 샌드박싱과 인간 감독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다.

플래시에 심긴 컴퓨터 제어는 에이전트 기능의 민주화다. 성능 상단은 Opus 4.8이 쥐고 있지만, 대량 배포 가능한 가격대에서 78점대가 등장한 것—그게 이번 발표의 진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