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구글에 두 건의 결정을 통보했다. 핵심은 하나다. Android에서 Gemini가 누리는 시스템 기능과 데이터 접근 권한을 OpenAI, Anthropic 같은 경쟁 AI 어시스턴트에도 동등하게 열어야 한다는 것.

구글 입장에서 이 결정은 표면상 패배처럼 보인다. 수년간 저항해온 바로 그 개방을 강제당했으니까.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집행위는 구글에 2027년 7월까지, 약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구글, DMA 유예 1년 확보…애플은 Siri AI 출시 일정도 없다 (summary)

1년은 짧지 않다. Gemini는 이미 Android에 깊숙이 통합돼 있고, 수많은 기기에 기본 AI 어시스턴트로 선탑재돼 출시된다. 구글은 이 유예 기간 동안 Gemini를 계속 확장하고, 경쟁사가 Android에 접근하는 기술 세부 조건을 EU와 협상하며, 사실상 그 조건의 틀을 직접 짤 수 있다.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카드도 남아 있다. 구글은 The Verge의 질의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글의 전략은 단순하다. 먼저 깔고, 규제는 나중에 협상한다. DMA가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지배적 플랫폼에 경쟁사와 동등한 접근권을 요구하는 법이라는 걸 구글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Gemini를 Android 전 생태계에 먼저 심었다. 규제 당국과 싸울 때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애플은 정반대 경로를 택했다. 지난달 오랫동안 기다려온 Siri AI를 공개하면서, 애플은 DMA 때문에 유럽에는 출시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집행위는 Siri AI에도 같은 요건을 적용했다. 서드파티 어시스턴트에 Siri AI와 동등한 시스템 접근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를 "무책임한 일"이라며 프라이버시·보안 위험을 이유로 들었다. 집행위에 18개월의 유예와 단계적 상호운용성 도입을 요청했지만, 집행위는 거절했다.

구글, DMA 유예 1년 확보…애플은 Siri AI 출시 일정도 없다 (summary)

결과적으로 구글이 얻어낸 것이 바로 애플이 원했던 그것이다. Gemini는 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준수 기간을 확보했다. Siri AI는 유럽 출시 일정조차 없다.

애플은 이 상황을 여론전으로 끌고 갔다. WWDC 2026 기조연설의 일부를 Siri AI가 유럽에 출시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고, "DMA로 인해 Siri AI가 iOS 27·iPadOS 27에서 EU에 늦어진다"는 제목의 블로그 포스트를 게재했으며, 언론 브리핑까지 열었다. 중국에서 Siri AI가 빠진다는 소식은 각주 한 줄로 처리했다. 모든 메시지가 하나를 향했다. 지연의 원인은 애플의 제품 선택이 아니라 브뤼셀이라는 것.

구글, DMA 유예 1년 확보…애플은 Siri AI 출시 일정도 없다 (keyword_summary)

그러나 두 회사의 간극이 수면 아래에서도 그만큼 벌어져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구글과 애플 모두 DMA의 상호운용성 요건에 강하게 반대하며 프라이버시·보안·제품 완결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두 회사는 Siri AI에 Gemini를 통합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같은 규제에 맞서 각자의 방식을 탐색하면서도 물밑 접촉을 이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Android·iOS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즉각 나타나지는 않는다. DMA는 EU 역내 규제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이 규제 대응 과정에서 기능 출시 일정을 지역별로 조정하는 방식은 이미 전례가 됐다. Siri AI의 EU 부재가 장기화될수록, 기능 격차가 시장별로 고착화되는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이용자도 주목할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