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bit을 찬 500만 명의 손목에서 1조 분이 넘는 데이터가 흘러나왔다. 심박수, 수면 단계, 피부 전도도, 체온, 기압 고도까지. Google Research는 이 방대한 비정형 센서 신호를 하나의 AI로 녹여낸 파운데이션 모델 SensorFM을 공개했다.
SensorFM은 기존 웨어러블 헬스 기능과 설계 철학부터 다르다. 지금까지 수면 감지 모델, 심혈관 위험 추정 모델, 스트레스 분석 모델은 각각 따로 만들어졌다. Google은 이 분절된 구조를 하나의 공유 AI 기반으로 대체하려 한다. SensorFM은 광학 심박수 측정(PPG), 가속도, 피부 전도도, 피부 온도, 기압 고도 등 5종 센서에서 추출한 34개 특징값을 동시에 처리한다.
학습 방식도 독특하다. 연구팀은 '적응형 상속 마스킹(AIM)'이라는 자기지도 학습 기법을 적용했다. 데이터 일부를 의도적으로 가린 뒤 복원하도록 훈련하는데, 실제 누락값과 인위적으로 숨긴 값을 모두 구분해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웨어러블 데이터에서 흔히 발생하는 공백과 노이즈를 모델이 자연스럽게 다루도록 한 것이다.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성능도 뚜렷이 올랐다. 약 10만 파라미터에서 1억 파라미터까지 4가지 변형을 테스트한 결과, 가장 큰 모델의 재구성 오차가 가장 작은 모델보다 31% 낮았다. 학습 데이터도 5,000명에서 500만 명까지 늘렸을 때 하위 예측 과제 대부분에서 최대 모델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성능 검증은 사전 학습에 쓰이지 않은 별도 3개 연구 데이터, 총 13,985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심혈관·대사 건강, 정신 건강, 수면, 인구통계, 생활습관까지 35개 예측 과제를 평가한 결과, SensorFM 기반 모델이 34개에서 수작업으로 설계한 기존 지도학습 모델을 앞섰다. 특히 우울·불안처럼 개인 편차가 크고 측정이 어려운 영역에서 스케일 확장 효과가 두드러졌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SensorFM의 표현을 새 과제에 적용하기 위해 LLM 에이전트들로 구성된 '교실' 구조도 활용했다. 경쟁·협력하는 에이전트들이 예측 모델 코드를 반복 생성·검증·개선하며 3만 건 이상의 실험을 돌렸고, 이를 통해 찾은 모델이 35개 과제 중 28개에서 단순 선형 헤드 모델을 넘어섰다.
SensorFM을 Gemini 기반 건강 에이전트에 연동한 실험도 진행했다. 4명의 임상 전문가가 31명의 실제 참가자 프로필에서 생성된 93개 건강 요약을 40시간 이상 검토해 1,860개 개별 평점을 매겼다. SensorFM 예측값이 추가된 요약은 맥락, 개인화, 정당성, 관련성, 안전성 5개 차원 모두에서 기준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SensorFM 예측값을 쓴 요약과 실제 임상 측정값을 쓴 요약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팀은 이것이 임상 진단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시했다.
한계도 분명하다. SensorFM은 Fitbit과 Pixel Watch 데이터로만 학습·검증됐다. 삼성 Galaxy Watch나 Apple Watch 등 다른 기기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분 단위로 집계된 데이터를 쓰기 때문에 짧고 세밀한 패턴은 놓칠 수 있고, 건강 지표 상당수가 자기보고나 설문 기반이라 임상적 확인을 거친 것이 아니다.
현재 SensorFM은 순수 연구 모델이다. Google은 이미 Gemini 기반 Google Health Coach를 운영 중이지만, SensorFM을 Fitbit·Pixel Watch나 AI 코치에 통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삼성·LG 등 웨어러블 기기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고, 건강 데이터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SensorFM이 보여주는 방향, 즉 수백만 명의 일상 생체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은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민감한 논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연구 결과가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려면 기술 완성도만큼이나 데이터 거버넌스 설계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Google Research 블로그와 arXiv 공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