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을 마친 IRON이 외부 조종 없이 스스로 걸어서 라인을 빠져나왔다. 중국 전기차 기업 XPeng이 광저우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IRON의 자동화 생산 라인 가동을 공식화하며 내세운 장면이다. XPeng은 이를 "고수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으로 자율 보행으로 라인을 이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화율 80%, 자동차 품질 시스템 그대로 이식

이 생산 라인의 핵심 공정 자동화율은 80%를 넘는다. XPeng은 전기차 사업에서 쌓은 품질 관리 체계, 공급망 운영 노하우, AI 툴링을 그대로 로봇 제조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 수준의 정밀도를 로봇 조립에 끌어들인 셈이다.

XPeng 창업자 겸 CEO 허샤오펑(He Xiaopeng)은 "참고할 산업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라인을 설계했다"며 "이번 가동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향한 작은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공정 지식이 현장에 쌓일수록 생산 주기를 단축하고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IRON 스펙 — 전신 76 자유도, 자체 AI 칩 3개

2025년 11월 공개된 차세대 IRON의 주요 스펙은 다음과 같다.

항목사양
전신 자유도76 DoF
손 자유도각 21 DoF
탑재 AI 칩자체 개발 Turing AI 칩 3개
유효 연산 성능약 2,250 TOPS
공급망 자동차 부품 비율85% 이상

온보드 컴퓨팅은 XPeng이 자체 개발한 Turing AI 칩 세 개로 구성되며, 시각-언어 모델, 시각-언어-행동(VLA) 제어 등 Physical AI 파운데이션 스택을 로봇 내부에서 직접 실행한다. 지속적인 원격 조종 없이 낮은 지연으로 추론하는 설계다.

공급망의 85% 이상이 기존 전기차 부품 베이스에서 나온다. 정밀 가공, 모터, 전장, 열관리 기술을 그대로 재활용한다. Figure AI가 올해 Figure 03 약 350대를 출하하면서 생산 라인 불량률 약 20%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XPeng은 자동차 제조 경험이 수율 문제를 줄여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동 ≠ 양산, 진짜 시험은 연말

라인 가동이 곧 양산 시작은 아니다. XPeng은 2026년 말 본격 양산, 2027년 중국 및 해외 시장 납품을 목표로 제시했다. 초기 배치처는 자사 매장과 캠퍼스다. 안내·접객 업무에 IRON을 투입하며 실사용 데이터를 쌓는 구조다. 철강 기업 Baosteel과는 설비 점검 업무 협력도 진행 중이다.

XPeng은 라인 생산 용량, 단위 원가, 소비자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자율 보행 퇴장 장면은 '고객 출하의 시작'이 아니라 '공정 마일스톤'으로 읽어야 한다.

로봇 사업의 수익 구조도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에서 휴머노이드 판매 가격은 재료비의 2.5~3배 수준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AI·소프트웨어 구독 수익이 붙는다. 자동차보다 마진이 두텁다는 계산이다. XPeng 로봇 사업부는 첫 번째 펀딩 라운드에서 9억 달러(약 1조 2,100억 원) 이상을 조달했다. 중국 구현지능 분야 단일 라운드 최고 기록이다.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에 기준점 하나 더

국내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들이 양산 로드맵을 그리는 시점에, XPeng의 이번 가동은 '자동차 제조 경험을 로봇에 이식하면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가 됐다. 핵심 공정 자동화율 80%, 자체 AI 칩 통합, 기존 공급망 재활용이라는 세 축이 얼마나 재현 가능한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