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워싱턴의 빅테크 로비스트들에게 남은 시간은 한 달 반이다.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AI 업계가 수개월째 추구해온 목표—연방 차원의 AI 선점(preemption) 입법—가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선점 입법이란 하나의 연방법으로 전국 AI 규제를 통일해 주(州)마다 다른 규정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텍사스 등 각 주가 독자적인 AI 규제를 경쟁적으로 입법하는 상황에서 빅테크에게 이는 사실상 '성배'였다.

그런데 이 성배에 예상치 못한 짐이 달렸다. ChatGPT 공개보다도 앞선 오래된 의회 논쟁, 바로 아동 온라인 안전이다.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024년 7월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 통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2024년 7월 온라인 개인정보보호법 통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백악관은 이번 주 초 아동 안전 단체와 빅테크 기업들에게 마샤 블랙번(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아동 온라인 안전법(KOSA)을 AI 선점 패키지에 포함해 지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아동 안전과 AI 규제는 분명 접점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포괄적 법안이라면 다뤄야 할 문제는 그 외에도 많다. 첨단 모델 안전, 알고리즘 차별, 환경 영향—이 모든 것이 빠진 채 아동 안전 하나가 AI 선점의 명분으로 소환된 셈이다.

문제는 협상 과정 자체가 이미 뒤틀렸다는 점이다. 백악관은 하원 공화당에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하원은 자체 KOSA 버전을 이미 통과시킨 상태였다. 블랙번과 함께 상원 KOSA를 공동 발의했던 민주당 의원들도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한 공화당 중견 기술기업 로비스트는 더버지에 이렇게 말했다. "누가 이걸 이끌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완전히 다른 페이지에 있어서 법안 움직임 자체를 깊이 의심하고 있다."

혼선의 핵심은 KOSA의 두 버전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상원 버전은 기술 기업에 '주의 의무(duty of care)'를 부과해 어린 이용자를 사전에 보호하도록 하고, 이를 AI 기업에도 적용한다. 반면 스티브 스컬라이스(공화·루이지애나) 하원 원내대표가 주도한 하원 버전은 이 조항을 크게 완화했다. 아동 안전 옹호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한 지점이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가족연구소의 마이클 토스카노 선임연구원은 "블랙번은 진심으로 하원 KOSA를 원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미국 의회 AI 규제 입법 추진 구도 비교 도표
미국 의회 AI 규제 입법 추진 구도 비교 도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AI 선점 입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와 포퓰리즘 성향 의원들 사이의 균열이 깊다. 백악관 정책 실무진은 현재 트럼프 측 변호사이자 'Article III Project' 창설자인 마이크 데이비스의 구상을 반영한 선점 방식을 다듬고 있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상원에서 AI 모라토리엄 법안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이른바 '4C'—어린이(children), 보수주의자(conservatives), 창작자(creators), 지역사회(communities). 데이비스는 더버지에 단호하게 말했다. "이 네 가지를 다루지 않으면 AI 선점법은 절대 통과되지 않는다. 내가 반드시 막을 것이다."

민주당 변수도 만만치 않다. 상원 KOSA는 2024년 91대 3으로 압도적으로 통과됐고, 리처드 블루먼솔(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지한 법안이 인기 없는 AI 선점 목표에 묶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 AI 정책 옹호 단체 관계자는 "독립 법안으로 가려면 상원에서 60표가 필요하고, 그러면 민주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정도 문제다. 같은 관계자는 말했다. "지금은 6월 중순이다. 5주 휴회 전까지 한 달 반 남았고, 그다음은 선거 시즌이다. 어떻게 봐도 불가능하다." 남은 입법 일정은 이미 FISA 갱신, 이민 단속 패키지, 이란과의 분쟁 관련 국방비 증액,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 메디케이드 예산 등으로 빼곡하다.

결국 빅테크는 불편한 선택에 직면했다. AI 선점을 얻기 위해 '주의 의무' 면책을 포기할 것인가. 전 엔비디아 정부 관계 책임자이자 비영리단체 SeedAI 창설자인 오스틴 카슨은 더버지에 말했다. "이 법안이 움직일 시나리오가 상상이 안 된다. 정말로."

미국의 이 교착 상태는 한국 플랫폼 정책 논의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미국이 연방 차원의 AI 선점 규제를 확립하지 못하면, 주별 규제 파편화가 심화되고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각기 다른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조정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AI 기본법 논의가 병행되는 상황에서, 아동 안전을 AI 규제의 진입로로 삼는 미국의 프레임은 국내 데이터 거버넌스 설계에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프레임 자체가 지금 워싱턴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