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돌봄 현장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 단순한 기술 질문이 아니다. 인구 구조가 바뀌고 돌봄 인력이 줄어드는 속도를 감안하면, 이 질문은 이미 정책 의제가 됐다.

국제활동적노화협회(ICAA)가 제안한 프레임워크는 돌봄 로봇의 역할을 7가지 웰니스 차원으로 나눠 분석한다. 신체·정서·사회·지적·직업·영적·환경 차원이다. 이 구분은 돌봄 로봇을 의료기기나 단순 동반자 장치와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돌봄 로봇은 이 7개 차원 각각에서 얼마나 자율적으로 기능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자율성 측정에는 CRAS(Care Robot Autonomy Scale)라는 6단계 척도가 쓰인다. 자동차 자율주행 국제 표준인 SAE J3016을 참고해 설계했다. 0단계는 인간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상태, 5단계는 로봇이 완전 자율로 작동하는 상태다. CRAS는 이 6단계를 돌봄의 네 가지 차원, 즉 신체 보조·인지 지원·정서 상호작용·안전 감시에 각각 적용한다.

돌봄 로봇과 고령자가 대화하는 장면
돌봄 로봇과 고령자가 대화하는 장면

프레임워크가 강조하는 지점은 기술 수준보다 사회적 합의다. 로봇이 정서적 교감을 흉내 낼 수 있어도, 그것을 인간 돌봄의 대체로 볼 것인지는 기술 문제가 아니다. 임상 근거가 쌓이는 속도와 별개로, 어느 단계까지 자율성을 허용할지는 사회가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서는 2030년대 초를 목표로 한 3단계 로드맵도 제시하지만, 각 단계 진입 조건으로 기술 역량과 함께 임상 근거 축적을 명시한다.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시점이다. 돌봄 인력 부족은 이미 현실이고, 요양 시설과 재가 돌봄 모두 공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돌봄 로봇 보급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도입 기준은 주로 기능 검증에 집중돼 있다. 로봇이 수집하는 생활 데이터의 관리 주체, 정서적 상호작용의 책임 소재, 자율 판단 허용 범위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ICAA 프레임워크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돌봄 로봇의 자율성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각 단계는 임상 근거와 사회적 동의를 전제로 한다. 기술이 앞서 나가고 규범이 뒤따르는 구조가 아니라,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