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 달러. 원화로 약 17조 원에 달하는 이 숫자가 지난 6월 12일 물리적 AI 업계를 뒤흔들었다.
제프 베이조스와 구글 생명과학 자회사 버릴리의 전 공동 창업자 빅 바자이가 함께 세운 스타트업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2차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JPMorgan Chase,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이 이번 라운드에 참여했고, 베이조스 본인도 직접 자금을 댔다. 기업 가치는 410억 달러. 지난해 말 62억 달러(약 9조 원)로 출발한 스타트업이 반년 만에 몸값을 6배 이상 불린 셈이다.

프로메테우스가 내건 개념은 '인공 일반 엔지니어(Artificial General Engineer)'다. 순수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논의되던 AGI 담론을 물리적 세계로 끌어내린 표현이다. 목표는 제트 엔진 설계부터 신약 화합물 개발까지, 복잡한 물리 시스템 전반의 엔지니어링 작업을 AI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런던·취리히 세 곳에 150명 규모로 운영 중이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에 투입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CNBC 인터뷰에서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노동력 희소(labor scarcity)' 시대를 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세계다.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은 생활 수준을 높일 것"이라며 "맞벌이 가구가 외벌이로 전환되거나, 초과 근무를 하던 사람들이 멈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로 인한 대규모 실업을 경고하는 기술계 일부 목소리와 정면으로 다른 시각이다.

그런데 이 낙관론의 배경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베이조스가 최대 개인 주주로 있는 아마존은 전 세계 15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1년간 CEO 앤디 재시 체제 아래 수만 명을 감원하며 자동화를 가속하고 있다. 물리적 AI가 열어젖힐 미래를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는 곳이 바로 그의 회사다.
프로메테우스는 현재 역대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AI 스타트업 중 하나다. 동시에 물리적 AI 섹터 전체에 대한 가장 큰 단일 베팅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물리적 세계가 코드만으로는 복제할 수 없는 방어 장벽, 즉 '해자(moat)'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로 이 섹터를 주목하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벤처 캐피털 자금이 물리적 AI로 빠르게 몰리는 추세다.
한국 제조업에도 이 흐름은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조선·중공업은 설계 엔지니어링의 복잡도가 극히 높은 분야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이미 디지털 트윈과 AI 설계 보조 도구를 도입하고 있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겨냥하는 '엔지니어링 자동화'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물리적 AI가 선박 설계·공정 최적화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기술 도입 속도가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제약 분야도 마찬가지다. 신약 후보 물질 탐색과 임상 설계에 AI를 접목하려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인공 일반 엔지니어'의 등장은 기회이자 기준선의 상향을 의미한다.
베이조스는 이번 투자로 물리적 세계의 AGI 경쟁에 가장 큰 판돈을 올린 인물이 됐다. 아직 제품도 공개되지 않은 150인 스타트업에 410억 달러의 가치가 붙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베팅이 기술이 아닌 방향성에 대한 확신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