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한쪽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Moxi 2.0이 약품 카트를 싣고 병동으로 향한다. 빠르게 지나치는 간호사, 갑자기 끼어드는 이송 침대 — 로봇은 멈추지 않는다. 주변을 인식하고 경로를 조정하며 계속 움직인다.
Diligent Robotics가 Moxi 2.0의 미국 병원 배치를 공식 시작했다. Endeavor Health Edward Hospital, Providence Saint John's Health Center,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가 초기 배치 병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5년 현장이 만든 플랫폼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둔 Diligent Robotics는 2017년 설립 이후 25곳 이상의 병원에서 Moxi 초기 모델을 운영해왔다. Moxi 2.0은 그 데이터를 통째로 흡수한 결과물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식 속도다. NVIDIA A2000 컴퓨트를 탑재해 전 세대 대비 10~15배 빠르게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혼잡한 복도,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갑작스러운 보행자 흐름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의미다.
운영 시간도 늘었다. 1회 충전에 최대 9시간, 30% 빨라진 충전 속도 덕분에 하루 최대 18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병원 야간 근무 시간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수치다.
설치 부담은 낮췄다. 기존 병원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어 시설 개조나 IT 시스템 교체 없이 첫날부터 투입 가능하다고 Diligent는 설명했다.
학습 플라이휠: 쓸수록 똑똑해진다
Moxi 2.0의 핵심 구조는 '학습 플라이휠'이다. 각 병원에서 수집한 실제 운영 데이터가 클라우드 학습 인프라로 흘러들어가고, 이를 기반으로 Robotic World Model이 지속 개선된다. 더 많은 로봇이 더 많은 병원에 배치될수록 모델이 더 정교해지는 구조다.
Diligent는 이 인프라를 Amazon Web Services와 함께 구축했다. Amazon SageMaker HyperPod에서 World Model을 훈련하며, T-Mobile for Business와의 협력으로 병원 내 네트워크 사각지대를 대비한 셀룰러 폴백도 갖췄다. 자율 주행과 안전 판단은 기기 내부에서 처리해 Wi-Fi 없이도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병원 복도는 로봇이 작동하는 환경 중 가장 역동적인 곳 중 하나"라고 Diligent 창업자 겸 CEO 안드레아 토마즈(Andrea Thomaz)는 말했다. "Moxi 2.0은 그 복잡성을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컴퓨트, 센서, 모델을 갖추고 있다."
현장 숫자가 말한다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의 사례가 구체적이다. Moxi를 도입한 이후 4만 건 이상의 배달을 완료했고, 이는 1만 6,000시간의 물류 업무에 해당한다. 간호사와 약사가 그 시간만큼 환자 곁에 있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Moxi는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팀원이 됐다"고 오마르 쿨카르니(Omkar Kulkarni), Chief Innovation and Transformation Officer at Children's Hospital Los Angeles가 말했다. 해당 병원은 Moxi 대수를 2대에서 3대로 늘렸고, 2분기에만 활용률이 10% 이상 증가했다.
손잡이 설계와 보관함 구조도 간호사·약사 팀의 직접 피드백을 반영해 바꿨다. 로봇과 의료진이 함께 일하는 현장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다.
Serve Robotics 인수 이후 첫 주요 발표
Diligent Robotics는 2026년 1월 보도 로봇 개발사 Serve Robotics에 2,900만 달러(약 410억 원)에 인수됐다. Moxi 2.0 배치 시작은 그 이후 첫 주요 발표다. Diligent는 Serve Robotics 산하에서 물리 AI 연구 투자를 공유하며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Moxi 초기 모델의 베이스로 쓰인 Fetch Robotics의 향방도 변수였다. Zebra Technologies가 AMR 부문을 정리하면서 Fetch 기반 고객들이 불확실성에 놓였기 때문이다. Diligent는 이에 대해 Moxi 2.0을 모듈형으로 설계해 Fetch 베이스를 계속 쓰거나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 병원에도 같은 고민이 있다
국내 의료 현장도 같은 압력에 놓여 있다. 고령화로 환자 수는 늘지만 간호 인력은 부족하다. 물품 이송, 검체 운반 같은 반복 업무가 간호사 피로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일부 대형 병원이 물류 로봇 도입을 검토하거나 시범 운영 중이지만, Moxi 2.0처럼 기존 인프라 수정 없이 바로 투입 가능한 구조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설계 방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