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조용히 목록 하나를 업데이트했다. 2021년 처음 만들어진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국가 안보 위협으로 분류된 통신 장비·서비스 목록—에 새 항목이 추가됐다. 2kg을 초과하는 이동형 통신 로봇, 그리고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전력 인버터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외국산 신제품은 이제 미국으로 들어올 수 없다.
규제의 설계는 국방부(DOD)가 주도했다. FCC는 공식 발표문에서 "모든 외국산 첨단 로봇 장치는 미국 국가 안보와 미국인의 안전에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명시했다. 단, DOD가 특정 장치에 위험이 없다고 판정하면 예외를 인정한다. 드론·커넥티드 차량·의료기기는 이미 별도 규제를 받고 있어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2kg 미만 시스템이나 초당 200킬로비트 미만 통신 장치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기존에 인증받은 제품은 계속 판매·사용할 수 있다.
'국가 중립'이라는 표현 뒤에
FCC는 이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DOD가 제출한 부록 C에는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Unitree 로봇의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다룬 IEEE Spectrum 기사가 인용됐다. 미국 국가 안보 관계자들은 Spectrum에 "실질 위협은 명백히 중국"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같은 시각이다. 중국 상무부는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표면상 비차별 원칙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기업과 제품을 차별·억압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보호주의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만 해칠 것"이라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의 구조적 문제도 있다. 외국 기업이 FCC 승인을 받으려면 "미국 내 제조 기반을 구축하거나 확대하는 구체적이고 기한이 명시된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신청 마감은 2028년 1월 1일. 그 이후에 첨단 로봇 장치를 개발하려는 기업에게는 사실상 문이 닫히는 셈이다.
업계의 엇갈린 반응
Boston Dynamics 정책 담당 부사장 Brendan Schulman은 LinkedIn에 이번 금지 조치를 적극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이것이 향후 수십 년간 산업의 성공과 성장을 정의할 정책의 첫 번째 라운드라는 것을 직감한다"고 썼다. 경쟁사가 줄어드는 미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Persona의 CEO Nic Radford는 다른 각도를 제시했다. 미국 고객들은 "기술을 감사할 수 있고, 빠른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불안정한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애초에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스위스 사족 보행 로봇 기업 ANYbotics의 전략 부문 부사장 Philipp Frey도 비슷한 시각이다. 미국 기업 고객들은 "하드웨어 비용만이 아니라 장기 신뢰성,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역량, 안전 인증, 유지보수성, 생태계 통합을 기준으로 로봇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ANYbotics는 향후 제품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며, DOD 또는 국토안보부의 국가 안보 심사, 회사 실소유주 공개, 공급망 위험 공개, 미국 내 제조 거점 구축 계획 제출이 수반된다.
미국 사족 보행 로봇 기업 Ghost Robotics의 CEO Gavin Kenneally는 더 직접적이었다. "중국 로봇 안에 능동적이고 의도적인 스파이웨어가 미국 내에 배치돼 있다. 약탈적 가격 책정 사례도 넘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 로봇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니라, 민간 미국 기업과 중국의 조율된 국가 전략 간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조립하는 스타트업의 부상
규제 발표 직후, 인도에서 로봇을 조립하는 스타트업 Ati Robotics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 자율주행차용 모터 개발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후 창고와 공장용 견인차·파렛트 이동 로봇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수백 대의 로봇이 창고와 공장에서 운영 중이고 고객사는 50곳을 넘는다. 올해 안에 무거운 박스를 옮기는 첫 번째 휴머노이드도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Ati의 핵심 경쟁력은 자체 하드웨어 개발이다. CEO Saurabh Chandra는 초기 투자자들의 만류에도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고, 그 선택이 자연스럽게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방갈로르의 R&D 거점은 인도 전기차 붐 덕분에 성장한 이륜·삼륜 EV 부품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은 신뢰성이 높고 대량 생산으로 가격 경쟁력도 갖춘다.

다만 완전한 탈중국은 아직 아니다. 주력 제품인 1만 파운드급 견인차와 파렛트 이동 로봇은 중국산 부품이 거의 없지만, 휴머노이드에는 중국산 하모닉 드라이브와 프레임리스 모터가 일부 들어간다. 배터리 셀도 중국산이다. Chandra는 "배터리 셀은 내일 당장 한국이나 일본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동 부품은 대체가 비교적 쉽지만, 핵심 구동계 부품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공급망 재편의 구조적 딜레마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사회학자 Kyle Chan은 7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중국 기술 안보 대응이 "임시방편적이고 파편화돼 있다"고 진단했다. Chan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위험 외국 장치에 대한 연방 정보 수집과 의사결정을 중앙화하고, 명확히 정의된 위험에 비례해 수입 제한을 조이거나 완화하는 지속적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공급망의 현실 때문이다. 중국은 로봇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 공급에서도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에서 조립된 로봇도 상당 부분 중국산 부품에 의존한다. 포괄적 금지는 미국 스타트업과 연구자들이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어렵게 만들고 "미국 로봇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늦출 수 있다"고 Chan은 경고했다. 덜 민감한 공급망 고리에서 중국 제조사와 협력을 유지하면서 고위험 영역만 선별 규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