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에 모래알보다 작은 센서가 250파스칼부터 700,000파스칼까지 압력을 감지한다. 나사 하나를 조이는 힘, 유리 기판을 집어 드는 감촉, 부품이 미끄러지는 순간의 진동까지. Tacta Systems가 지난주 공개한 TactaBot의 로봇 손은 인간의 촉각을 그대로 흉내 내도록 설계됐다.

손가락 15개 자유도, 유압 힘줄로 구동

TactaBot의 핵심 부품은 Tacta Hand다. 다섯 손가락에 자유도(DoF) 15개, 손가락 하나당 3개씩이다. 각 손가락 끝은 최대 25뉴턴, 약 2.5kg의 힘을 낼 수 있다. 3지 구성도 선택 가능하다.

구동 방식은 독자 개발한 Fluidic Tendon 기술이다. 모터 대신 유체가 흐르는 케이블이 피스톤을 밀어 손가락을 움직인다. Tacta Systems 공동창업자 겸 CEO Vikram Pavate는 "손가락을 매우 얇게 만들 수 있고, 손 근처에서 열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하나가 끊기면 손 전체가 멈추는 기존 케이블 구동 방식의 약점도 없다. 기계적 내구성은 3,000만 사이클이라고 Pavate는 밝혔다. 다만 손가락 끝 센서는 소모품으로 설계해 교체 가능하다.

모래알보다 작은 센서, 촉각 데이터를 수집하다

센서 자체도 독자 개발품이다. 크기는 모래알보다 작고, 피치(간격)는 1mm다. MEMS 방식이 아니라 센서마다 개별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회로를 내장했다. 온도 측정 정밀도는 섭씨 0.1도다.

Pavate는 로봇 AI의 가장 큰 병목을 데이터 부족으로 꼽는다. "언어 모델에는 셰익스피어, 웹, Reddit, 뉴욕타임스가 있었지만, 물리 세계 고숙련 작업을 학습할 데이터는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Tacta는 Tacta Glove를 함께 내놨다. 손가락 끝마다 256개의 촉각 센서를 달고, 뒷면에는 모션 캡처 장비를 붙였다. 작업자가 장갑을 끼고 공장에서 평소처럼 일하면, 힘·동작·영상·온도 데이터가 무선으로 로컬 호스트 기기에 실시간 전송된다. 별도 훈련 없이 즉시 착용하고 작업할 수 있다. 작업 1시간이 곧 로봇 훈련 데이터 1시간이 된다.

현장 미세조정으로 학습 시간 단축

Tacta는 수집한 데이터를 Dexterous Intelligence AI 엔진에 넣는다. 사전학습된 범용 AI 모델을 기반으로, 촉각·모션 캡처 데이터로 추가 학습한다. 이후 고객사 현장에서 Tacta Glove를 활용해 미세조정(fine-tuning)까지 마친다. Pavate는 이 방식이 새 작업을 학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고 밝혔다.

현재 집중 분야는 전자 부품 제조다. Tacta 창업진은 전자 산업 출신으로, 수십 년을 이 분야에서 보냈다. 미국 내 제조 리쇼어링 흐름도 기회 요인이다. 장기적으로는 요양원·병원·식품 조리 등으로 확장을 내다보지만, 당장은 제조 현장에 집중한다. 첫 TactaBot 출하 시점은 2027년 초다.

국내 정밀 조립 현장에 던지는 질문

한국 전자·반도체 조립 라인은 세계적으로 숙련도가 높기로 꼽힌다. 동시에 고령화와 인력 감소로 숙련 작업자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다. TactaBot처럼 숙련자의 손 동작을 직접 데이터로 포착해 로봇에 이식하는 방식은, 기존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자동화하기 어려웠던 비정형 정밀 작업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 2027년 초 출하 일정과 국내 도입 시나리오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