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 군용 항공기 45개 기종 가운데 42개가 가동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책임청(GAO)이 2025년 3월 발표한 군사 준비태세 보고서가 지목한 원인은 단순하다. 훈련된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

GrayMatter Robotics 자율 표면 마감 로봇 암이 항공기 부품을 처리하는 산업 현장
GrayMatter Robotics 자율 표면 마감 로봇 암이 항공기 부품을 처리하는 산업 현장

숫자는 더 구체적이다. 미 해군의 2024년 산업기반 검토는 향후 10년간 17만 4천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담았다. 별도 GAO 조선·수리 보고서도 같은 수치를 인용했다. 조선·수리 분야에서는 1년차 신입 인력의 50~60%가 첫 해를 채우지 못하고 이탈한다고 해군 민간 고위 관리가 밝혔다. 채용 프로그램이 아무리 돌아가도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구조다.

이 공백의 가장 앞단에 있는 공정이 표면 준비(surface preparation)다. 항공기 착륙 장치를 정비하거나 함정 선체에 방식 코팅을 입히기 전, 표면을 규격에 맞게 다듬는 작업이다. 20년 이상 운용된 항공기는 기체마다 부식 패턴과 코팅 이력이 다르다. 40년 된 구축함 선체는 매번 다른 표면 상태를 가지고 입거한다. 숙련 기술자가 수십 년에 걸쳐 체득하는 공정 지식이 이 단계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그 기술자들이 지금 은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방산 정비창(depot)의 상당수 기술자는 어린 시절부터 도제식 훈련을 시작했고, 그 세대가 지금 퇴직 연령에 도달하고 있다. 신규 채용자가 현장 숙련도를 갖추는 데 4~6개월이 걸리지만, 이탈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캘리포니아주 카슨에 본사를 둔 GrayMatter Robotics는 이 지점에서 자사의 자율 표면 마감 시스템을 내놓는다. 핵심은 '에지 배포 물리 AI 아키텍처'다. 방산 시설은 외부 네트워크 연결이 차단된 에어갭(air-gap) 환경이 기본이다. 부품 간 재프로그래밍 없이 연속 처리해야 하고, 시스템이 접촉한 모든 표면에 대한 추적 이력을 남겨야 한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설계 단계에서 상정하지 않았던 조건들이다.

"정비창 시설에는 대부분의 자동화 플랫폼이 애초에 고려하지 않은 요건들이 있다"고 GrayMatter Robotics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아리얀 카비르는 말했다. "우리의 에지 배포 물리 AI 아키텍처는 처음부터 그 제약 조건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GrayMatter Robotics Factory SuperIntelligence AI 아키텍처 개요 도식
GrayMatter Robotics Factory SuperIntelligence AI 아키텍처 개요 도식

기술적 차별점은 형상 독립성(geometry-agnostic)에 있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경로를 따른다. 규격화된 부품이 동일한 형태로 들어오는 양산 공정에서는 유효하지만, 매번 다른 형상과 표면 이력을 가진 정비창 부품 앞에서는 무력하다. CIRP Annals 연구 논문은 복잡한 표면 마감이 역사적으로 숙련 수작업에 의존해 왔으며, 자동화의 핵심 난제는 가변 형상과 표면 조건 전반에 걸쳐 일관된 소재 제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GrayMatter의 시스템은 비전 기반 표면 스캔과 능동 힘 제어를 결합해 공구 압력과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수백만 건의 실제 표면 작업 데이터로 학습한 '공정 지식'이 부품별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 가변성을 처리하는 기반이 된다.

조달 신호도 구체화되고 있다. 미 국방혁신부서(AFWERX) SBIR 2단계 프로그램이 GrayMatter Robotics를 방산 제조 자율 시스템 개발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군의 정비창 유지보수 효율화 과제에서는 GrayMatter Robotics, HII(헌팅턴 잉갈스 인더스트리스), Path Robotics가 12개 최종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2026년 4월에는 GrayMatter와 HII가 유인·무인 함정 건조 프로그램에 물리 AI를 통합하기로 합의했고, 세 기업은 함정·잠수함 건조용 자율 조립 라인 구축을 목표로 HYPR(고수율 생산 로봇공학) 프로그램을 공동 출범시켰다.

한국 방산·조선업에도 이 흐름은 낯설지 않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대형 조선사는 이미 용접·도장 공정 자동화를 추진 중이지만, 표면 준비 공정의 완전 자율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방산 정비 분야 역시 고령화와 기술 전수 단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미 해군이 조달 경쟁을 통해 물리 AI 기반 표면 마감 자동화를 공식 검증하는 과정은, 국내 방위사업청과 조선업계가 유사한 기술 도입 기준을 설정할 때 직접적인 참조 사례가 될 수 있다.

17만 4천 명이라는 숫자는 채용 목표가 아니다. 현재의 인력 구조로는 메울 수 없는 생산 능력의 공백이다. 방산 자동화의 무게 중심이 조립 라인에서 정비창 마감 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