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 연기가 피어오르는 주방 한쪽, 사람 대신 로봇팔이 웍을 쥐고 있다. 불 조절, 재료 투입, 뒤집기까지 혼자 해낸다. 화려한 무대 위 시연이 아니라 실제 식당 주방의 일상이다.
중국 조리 로봇 전문 기업 지구천추(Zhigu Tianchu)가 최근 한 주 사이 약 1억 위안(약 211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마무리했다. 주관사는 중국초상기업(China Merchants Venture Capital)이다. 같은 기간 하이얼 로보틱스(Haier Robotics)와 로보테라(Robotera)는 가정용 완전 자율 AI 조리 로봇 'CR3' 공동 개발을 발표했고, 소프트뱅크 로보틱스(SoftBank Robotics)는 베이징 AI 조리 기술 기업 Busypace와 식품·물리 AI 플랫폼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세 건의 굵직한 움직임이 겹쳤다.
2018년 설립된 지구천추는 조리 로봇 업계에서 드물게 연 매출 1억 위안을 넘기고 흑자를 낸 기업이다. 스마트 제조, 노인 요양 시설, 학교 급식, 패스트푸드 체인, 신선식품 유통, 호텔까지 고객군이 넓다. 2026년에는 전년 대비 300%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글로벌 확장에 맞춰 사명을 '첸이 인텔리전스(Qianyi Intelligence)'로 바꿀 계획이다.
시장 조사 기관 NCBD에 따르면 중국 조리 로봇 시장 규모는 2025년 38억 1,000만 위안(약 8,040억 원)이며, 2030년에는 125억 위안(약 2조 6,4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상업용 AI 조리 로봇만 놓고 보면 같은 해 1,096억 위안(약 23조 1,000억 원)이라는 낙관적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는 배경에는 세 가지 흐름이 맞물린다. 첫째, 인력난이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3년 연속 조리사를 가장 부족한 직종 중 하나로 지목했다. 조리 로봇의 투자 회수 기간이 12개월 아래로 내려오자, 체인 식당들은 '한번 써볼까'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둘째, AI 기술이 주방이라는 비정형 환경을 다루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재료 상태가 매번 다르고 작업 순서도 유동적인 주방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셋째, 구현형 AI(embodied AI) 기업들이 실제 수요가 있는 고빈도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 주방은 그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현장이다.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와 Busypace의 협력 구조도 눈에 띈다. Busypace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100개국 이상의 글로벌 상업 채널을 단번에 얻고, 소프트뱅크는 AI를 핵심으로 설계한 '조리 두뇌' 기술 스택을 확보한다. 가정용 시장을 겨냥한 CR3 역할도 다르지 않다. 바쁜 도시 가구가 요리 실력 없이도 균일하고 건강한 식사를 원하는 수요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한국 외식업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이 겹치면서 조리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렵다. 회전율이 높은 분식집·국밥집·도시락 업체처럼 반복 조리 비중이 큰 업종에서는 조리 로봇 도입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 지구천추처럼 흑자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 글로벌 확장에 나서는 시점에, 한국 시장도 그 경로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