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 차체 공장 한쪽에서 Figure 02가 금속 판재를 집어 용접 공정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와 정밀도가 동시에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11개월 뒤, 그 로봇은 BMW X3 3만 대 이상의 생산을 함께 버텨낸 기록을 남겼다.

이 숫자가 다음 단계의 근거가 됐다. BMW 그룹은 Figure 02 파일럿 결과를 바탕으로 Figure AI의 최신 모델 Figure 03를 스파르탄버그에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BMW 매뉴팩처링 생산관리·물류 부문 부사장 Ulrich Wieland는 "스파르탄버그는 BMW 제조 일상 업무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뿌리내린 곳"이라며 "Figure 02 파일럿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Figure 03를 물류 시퀀싱 공정에 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Figure 03가 맡는 일: 부품 분류에서 '적시 공급'까지
Figure 03의 첫 임무는 시퀀싱이다. 대형 컨테이너에 뒤섞여 들어오는 부품을 집어 순서대로 시퀀싱 트롤리에 정렬하는 작업이다. 정렬된 트롤리는 지정 거점으로 이동하고, 자동 견인 열차나 스마트 운반 로봇이 이를 조립 라인까지 나른다. 조립 작업자에게는 필요한 부품이 필요한 순서에 맞춰 도달한다. 자동차 생산 물류에서 반복 빈도가 높은 공정이고, 확장성도 크다는 게 양사의 설명이다.
Figure AI CEO Brett Adcock은 "11개월 Figure 02 투입으로 휴머노이드가 더 이상 실험실 실험이 아님을 증명했다"며 "조립·물류 홀의 복잡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Figure 03는 전작 대비 하드웨어도 달라졌다. 촉각 센서와 팜 카메라가 달린 손, 무선 충전, 음성 대화 기능이 추가됐다. 안전성을 높인 소프트 컴포넌트 설계도 포함된다. 정밀도·유연성·가동률 세 축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구성이다.
단일 공장을 넘는 BMW의 로봇 포트폴리오
BMW의 휴머노이드 실험은 스파르탄버그에만 머물지 않는다.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는 Hexagon AB의 휴머노이드 AEON을 테스트 중이다. AEON은 두 다리 끝에 발 대신 바퀴가 달려 평지에서는 구르고, 필요하면 걸음을 내딛는 구조다. 2025년 12월 초기 배치를 시작했고, 2026년 4월 추가 테스트를 거쳐 같은 해 여름 본격 파일럿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국 햄스홀 공장에서는 Boston Dynamics의 사족보행 로봇 Spot이 디지털 트윈 데이터와 연계해 정기 점검을 수행하고 있다.
BMW는 이 흐름을 '피지컬 AI를 통한 자동화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규정한다. 단조롭거나 인체공학적으로 부담이 크거나 안전 위험이 있는 작업에 우선 적용하고, 직원을 보호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국내 제조 현장에 던지는 질문
현대차·기아 울산·광명 공장, 삼성전자·LG전자 스마트팩토리 등 국내 대형 제조 라인도 자동화 고도화를 가속하고 있다. BMW의 사례는 휴머노이드가 기존 산업용 로봇팔로 접근하기 어려운 '비정형 반복 작업'—부품 분류, 시퀀싱, 좁은 공간 이동—을 채울 수 있다. 숙련공이 담당하던 물류·조립 보조 업무가 재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Figure 03의 스파르탄버그 투입 결과는 국내 완성차·전자 공장이 도입 타당성을 판단하는 실질적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