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 Dynamics 직원 300명 넘게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로봇견을 파는 계약을 멈춰 달라는 청원에 서명했다. 이 중 절반은 익명이다. 전체 직원이 약 1,400명이니 5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경영진은 계약을 유지하기로 했다.
계약의 실체: 4대, 130만 달러
미 국토안보부는 9월 25일 코네티컷의 Radeco라는 업체에 130만 달러(약 17억 2,000만 원) 규모 계약을 냈다. Boston Dynamics의 사족보행 로봇 Spot 4대를 개조해 ICE에 공급하는 건이다. Radeco는 개조 모델을 Cerberus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계약서에 적힌 용도는 방사선, 유독가스, 폭발물 위협 탐지다. 도시나 재난 지역에서 원격 관측과 점검을 맡는 식이다. 터널처럼 밀폐된 곳에서 공기가 호흡 가능한지 확인하는 산소 센서가 핵심 장비다. 30배 줌 카메라, 360도 카메라, 적외선 열화상도 달렸다. 선택 사양으로 문을 열고 물건을 다루는 로봇팔도 붙는다.
계약서는 이 로봇이 최소한의 사람 개입으로 반복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매 근거로는 국경 간 불법 터널 단속과 인신매매·밀입국 조직 해체 임무 지원을 들었다. Boston Dynamics가 Radeco에 하는 일은 주로 개조 로봇의 기술 지원이라고 The Boston Globe는 전했다.

쟁점은 로봇 성능이 아니라 사용 주체
회사 측 논리는 용도에 맞춰져 있다. 대변인은 "Spot은 사람을 위험에서 멀리 떼어놓는 도구"라고 밝혔다. 정치적 함의나 개인 감정과 무관하게, 사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면 그래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봇은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 그중에서도 초국가 범죄 조직 대응 부서가 주로 쓴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직원들이 문제 삼은 건 로봇 사양이 아니다. HSI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느냐다. Brennan Center for Justice는 HSI가 트럼프 1기(2018~2021년)에 불법체류 노동자 추방과 사업장 단속에 자주 관여했다고 기록했다. 2025년 1월 시작된 2기에서는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HSI의 핵심 임무가 재규정돼 수천 명의 요원이 이민 단속에 투입됐다고 Immigration Policy Tracking Project는 전했다.
청원서는 2025년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단속을 직접 언급했다. 이 단속으로 주로 한국인 노동자 475명이 구금됐다. 청원서는 "현대 소속 동료를 포함해 민간인을 가혹하게 다루는 정부 기관이 우리 일을 쓰고 있다면 Boston Dynamics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적었다.

경영진의 답: 약관과 무기화 반대
전 임시 CEO 아만다 맥마스터(Amanda McMaster)는 직원 이메일에서 "이번 결정은 지능형 기계를 인류를 위해 윤리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우리 목적에 부합한다"고 썼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라고 요청했다.
근거로는 Spot 판매 약관을 들었다. 약관은 제품을 사람이나 동물에게 해를 끼치거나 위협하는 데, 무기로, 또는 무기를 가능하게 하는 데 의도적으로 쓰는 것을 금지한다. 회사는 일반 목적 로봇의 무기화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에도 서명한 바 있다. 대변인은 국토안보부와 HSI가 수년간 약관을 지켰고 위반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위반하면 보증 무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중단, 라이선스 해지, 법적 조치를 취하고 이후 판매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여기서 두 쟁점이 갈린다. 회사는 로봇이 무기가 아니고 쓰임새도 탐지·점검이라는 점을 짚는다. 직원은 그 로봇을 쓰는 조직의 전체 활동이 문제라고 본다. 약관은 로봇의 사용 방식을 규율할 뿐, 구매 기관의 다른 활동까지 규율하지는 않는다.
채용·인력 유출 우려

직원들은 인재 문제도 짚었다. 청원서는 "이번 결정으로 동료를 잃을까 두렵다"며 "Boston Dynamics가 덜 매력적인 직장이 돼 성장에 필요한 팀을 꾸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썼다. 회사는 매사추세츠주 월섬에 1억 달러(약 1,320억 원) 규모 로봇·AI 시설을 짓고 있으며 2033년까지 일자리 1,250개를 만들 계획이다. 대변인은 이 사안이 일부 직원에게 감정적인 주제임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정치 스펙트럼의 모든 입장을 가진 직원을 계속 맞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닿는 지점
Boston Dynamics는 2021년 6월부터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2025년 단속은 한국에서 공분을 샀고 미국 투자를 재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메타플랜트 운영을 유지했고, 미국 사업장부터 Atlas 휴머노이드 수천 대를 들여올 계획도 그대로다.
한국 독자에게 이 사례는 로봇 성능 못지않게 누가, 어떤 임무에 쓰느냐가 조달 논의의 쟁점이 될 수 있다. 만드는 쪽 직원들의 의견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