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위 야구 글러브를 집어 드는 로봇. Apptronik의 Apollo 2가 허리를 숙여 물뿌리개를 들어 올리는 장면. Google DeepMind가 목요일 공개한 영상들은 단순한 시연이 아니다. 단일 AI 모델이 로봇의 발끝부터 손끝까지 전신을 통합 제어하는 새로운 아키텍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다.
상체에서 전신으로 — 무엇이 달라졌나
Gemini Robotics의 전작은 휴머노이드 상체 제어에 집중했다. 팔과 손의 동작을 AI로 다루는 수준이었다. Gemini Robotics 2는 이 경계를 허물었다. Google DeepMind는 이번 모델이 "전신 동작(whole-body motions)"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걷고, 웅크리고, 몸을 뻗고, 물체를 조작하는 일련의 행동이 하나의 모델 안에서 처리된다.
정밀 조작 능력도 한 단계 올라섰다. Gemini Robotics 2는 다섯 손가락 구조의 복잡한 손을 제어할 수 있다. 지퍼백 밀봉, 쓰레기봉투 묶기, 전구 나사 풀기처럼 손가락 하나하나의 협조가 필요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Google DeepMind는 "이동 속도 면에서는 아직 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업데이트를 "복잡한 실세계 작업에 필요한 전신 협응 능력을 향한 중요한 진전"으로 규정했다.

보고 판단하는 모델 — Gemini Robotics ER 2
전신 제어 모델과 함께 시각-언어 모델인 Gemini Robotics ER(embodied reasoning)도 2세대로 업그레이드됐다. 이 모델은 로봇이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지시를 처리하고, 여러 단계로 구성된 작업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Gemini Robotics ER 2의 핵심 변화는 두 가지다. 첫째, 장시간 작업 완료 능력이 향상됐다. "작업이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지 이제 이해한다"는 게 Google DeepMind의 설명이다. 둘째,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이 협업할 수 있게 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Apollo 2는 Google의 양팔 로봇에게 차고를 청소하면서 공구를 통에 넣으라고 지시한다. 이기종 로봇 간 역할 분담이 단일 AI 생태계 안에서 이뤄지는 장면이다.
안전 측면도 강화됐다. Google DeepMind는 Gemini Robotics ER 2를 "지금까지 가장 안전한 로보틱스 모델"로 소개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이를 감지해 안전 도구를 호출하고 로봇을 즉시 정지시키는 기능이 포함됐다.

온디바이스 모델 — 인터넷 없이도 작동한다
Gemini Robotics On-Device Model도 이번 업데이트에 포함됐다. 인터넷 연결 없이 로봇 내부에서 직접 실행되는 이 모델은, 이제 새로운 로봇 기종에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Google DeepMind는 "형태, 센서, 자유도가 크게 다른 기종"에도 대응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범용 제어 모델의 가치는 특정 로봇 하나를 잘 다루는 데 있지 않다. 다양한 기종에 빠르게 이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전작 Gemini Robotics가 특정 파트너사 로봇 중심으로 검증됐다면, 이번 온디바이스 모델 업데이트는 그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다.

한국 휴머노이드 개발사에게 던지는 질문
국내에서도 Rainbow Robotics, HD현대, 삼성 등이 휴머노이드 또는 협동로봇 분야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Gemini Robotics 2가 제시한 전신 통합 제어 아키텍처는 이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하나는 호환성이다. Google의 온디바이스 모델이 "형태와 자유도가 다른 기종"에 적응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이식에는 센서 규격·액추에이터 인터페이스·안전 프로토콜의 정렬이 필요하다. 범용 모델을 가져다 쓰는 것과 자체 아키텍처를 쌓는 것 사이의 선택이 더 구체적인 전략 문제로 부상한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다. Gemini Robotics 2의 전신 제어 능력은 방대한 로봇 동작 데이터 위에서 학습됐다. 국내 개발사가 유사한 수준의 범용 모델을 독자 개발하려면 데이터 수집 인프라와 시뮬레이션 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구글의 발표는 기술 격차의 현재 좌표를 다시 한번 가늠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