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바닥에서 로봇이 넘어지면 라인이 멈춘다. Holiday Robotics가 보행 대신 바퀴를 택한 이유다.

서울에 본사를 둔 Holiday Robotics는 이달 시리즈 A 투자 유치로 1억 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회사가 만드는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FRIDAY는 바퀴 기반 이동체 위에 상체 조작 모듈을 얹은 구조다. 핫스왑 배터리를 채택해 교대 근무 한 타임을 끊김 없이 가동할 수 있다.

손이 전부다

FRIDAY의 자유도는 총 64개다. 그 중 40개가 손에 집중돼 있다. Holiday Robotics는 "공장에서 가치를 만드는 건 손"이라고 못 박는다. 부품을 쥐고, 부품을 놓고, 위치를 맞추고, 접촉을 감지하고, 미세한 오차를 복구하며 같은 동작을 수천 번 반복하는 것 — 이 모두가 손의 일이다.

손에는 촉각 센서와 힘 인식 제어가 들어간다. 접촉 순간을 느끼고 즉시 적응한다. 마찰, 무게, 정렬, 표면 변화처럼 자동화를 어렵게 만드는 물리적 변수들을 손이 직접 처리한다는 설계다.

안전 설계도 하드웨어 단에서 시작했다. 손과 팔 관절은 완전 역구동(back-drivable) 방식이고, 손 자체는 저관성 경량 구조다. 360도 인식을 위해 다수의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사각지대를 없앴다.

바퀴형이 현장에서 유리한 이유

보행형 휴머노이드는 데모 무대에서 인상적이다. 하지만 실제 공장은 통제된 환경이 아니다. 접촉, 타이밍, 반복성, 안전, 복구, 운영 적합성 — 데모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제약들이 현장에 가득하다. Holiday Robotics는 "로봇이 환경에 맞춰야지, 환경이 로봇에 맞춰 바뀌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바퀴형 하체는 이 맥락에서 실용적 선택이다. 보행형 대비 주행 안정성이 높고, 바닥 진동이나 하중 변화에 덜 민감하다. 국내 물류·제조 현장처럼 평탄한 바닥이 확보된 환경에서는 보행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에너지와 연산 자원을 조작 성능에 돌릴 수 있다. 핫스왑 배터리는 이 구조의 연속 가동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장치다. 배터리 교체 동안 라인을 세울 필요가 없다.

풀스택 접근과 현장 우선 전략

Holiday Robotics는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한다. 핵심은 VLS(비전-언어-스킬) 방식이다. 개별 스킬을 독립적으로 구축·검증한 뒤, 복잡한 작업을 스킬 조합으로 완성한다. 특정 동작이 실패했을 때 전체를 재학습하지 않고 해당 스킬만 수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세 가지 시스템이 있다. 시뮬레이션 환경인 Holiday Sim에서 로봇과 스킬을 배포 전에 검증한다. Holiday Lab은 시연,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실패 사례를 재사용 가능한 스킬로 전환한다. 배포 관리 시스템 OASys는 현장 경험을 시스템에 다시 반영한다.

현재 Holiday Robotics는 자동차, 반도체, 물류 분야 산업 파트너들과 비공개 개념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금은 연구·엔지니어링 팀 확대, 양산 준비 강화, 미국과 한국 인력 충원에 쓸 계획이다.

서울 기반 기업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에 정면으로 들어왔다. 현장 검증 결과가 쌓이는 속도가 이 회사의 다음 라운드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