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스턴 토머스 M. 메니노 컨벤션센터에 약 3,900명이 모였다. 2026 로보틱스 서밋 앤드 엑스포였다. 무대 위 패널에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어질리티·샤플러·리얼센스·ASTM 인터내셔널의 전문가 다섯 명이 앉았다. 주제는 하나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지금 어디에 있고, 2만 달러짜리 로봇은 언제 가능한가.

2026 로보틱스 서밋 앤드 엑스포 휴머노이드 패널 토론 현장
2026 로보틱스 서밋 앤드 엑스포 휴머노이드 패널 토론 현장

데모를 넘어, 공장 안으로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 프로그램 로봇 행동 디렉터 알베르토 로드리게스는 회사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범용 물리 노동 기계." 고객사를 깊이 들여다보니 대부분의 작업이 단 한 번만 존재하는 종류였다는 것이다. 조립 라인처럼 반복 정밀도가 요구되는 영역보다, 물류 창고처럼 다양한 부품을 다루되 타이밍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영역이 먼저 공략 대상이 됐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지난해 아틀라스를 공장에 처음 투입해 완전 데이터 기반 아키텍처로 행동과 순서를 제어하는 개념 검증을 마쳤다. 올해 1월 CES에서 일주일간 시연했고, 올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전체 학습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엔드투엔드 시연을 예고했다. 현대차를 포함한 고객사들로부터 약 25,000대 규모의 공장 배치 약정을 확보했고, 2028년까지 연간 30,000대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어질리티(구 어질리티 로보틱스)도 파일럿 단계를 졌다. 아마존·GXO·샤플러·도요타·메르카도 리브레와 함께 디짓 휴머노이드 배치를 확대하고 있다. CTO 프라스 벨라가푸디는 "상업적 확장을 통해 남은 격차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과제는 안전이다. 어질리티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과 함께 ISO 위원회·워킹그룹을 구성해 인간-로봇 근접 작업 안전 기준을 만들고 있다. 내년 안에는 개별 물품 조작으로 응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안전 표준, 2년 안에 초안

ASTM 인터내셔널 로보틱스·자율 시스템 프로그램 디렉터 아론 프래더는 표준화 현황을 짚었다. ISO에는 두 개의 새 그룹이 생겼다. 안전은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의장을 맡고, 데이터는 중국이 주도한다. NIST와는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휴머노이드 테스트베드 제안을 준비 중이다. 이동성과 조작 능력을 포함한 이 테스트는 제조사에 배포되거나 로보틱스 대회 평가 기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프래더는 첫 안전 표준 초안이 2년 안에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만 AI가 변수다. 기존 안전 방법론은 결정론적 시스템을 전제했다. 학습 기반 행동이 개입하면 고장 예측, 성능 반복성, 인간-로봇 상호작용 위험 평가, AI 의사결정 검증이 모두 새로운 공학 과제가 된다.

인식의 벽: 픽셀보다 품질

리얼센스 CMO 마이크 닐슨은 중국 고객사의 속도를 언급했다. 제품 주기 반복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30~40배 빠르다는 것이다. 위험 허용 범위가 높아 메카트로닉스 한계를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다.

인식 문제에서 닐슨이 꺼낸 숫자는 충격적이었다. "로봇 하나의 전체 인식 스택 비용이 약 2만 달러다. 로봇 전체 가격 목표와 맞먹는다.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하다." 리얼센스가 연구하는 방향은 센서 통합이다. 바코드 읽기와 거리 감지처럼 성격이 다른 기능을 카메라 두 대가 아닌 하나로 처리하는 것. 360도 인식을 유지하면서 센서 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로드리게스는 해상도 역설을 지적했다. 신경망에 입력할 수 있는 이미지 크기는 240×240픽셀 수준에 불과하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달아도 결국 대부분의 정보가 버려진다. 그보다는 고동적 범위·글로벌 셔터·근거리 고해상도를 갖춘 고품질 픽셀이 더 실용적이라는 결론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패널 논의의 정점은 2만 달러 가격 실현 가능성이었다. 샤플러 북미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총괄 알 마케는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한 패널 멤버가 비관론을 폈을 때 "낙관론으로 받아치겠다"고 했고, 올해도 그 입장을 유지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명확하다. 부품 명세서(BOM) 비용이 낮아져야 투자 수익이 나오고, 수익이 나야 물량이 늘고, 물량이 늘어야 비용이 낮아진다. 구동기·모터·센서·PCB가 핵심 비용 항목이다. 이것들을 범용 부품처럼 표준화하고 대량 생산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걸어온 길이다. 마케는 이 전환이 향후 3~5년 안에 일어날 것으로 본다.

한국 로봇 산업의 교차점

이 논의는 한국 로봇 산업과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모회사로 아틀라스 25,000대 배치 약정에 직접 연결돼 있다. 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국내 기업들도 구동기·관절 모듈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BOM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표준화와 외부 조달을 확대하는 흐름은, 국내 부품 공급망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30~40배 빠른 반복 속도는 부품 단가 경쟁에서도 강력한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