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mate 2026 전시장 한편, FANUC 로봇 팔이 전자 부품을 집어 조립한다. 프로그래머는 없다. 현장 작업자가 화면을 몇 번 드래그하자 로봇이 새 공정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바꾼다.

Alphabet 산하 Intrinsic이 이 장면을 직접 시연했다. 이름은 'Intelligence Cell'. IntrinsicOS 위에서 돌아가는 모듈형 로봇 워크셀로, 복잡한 코딩 대신 드래그앤드롭으로 자동화 공정을 구성한다.

핵심은 '스킬 기반 자동화'다. 공정 재구성, 툴 교체, 부품 파지·삽입까지 AI가 처리한다. 소량 맞춤 생산처럼 품종이 자주 바뀌는 '하이 믹스' 환경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인식(perception), 자동 동작 계획, 파지 능력 같은 AI 기능이 로봇 지원을 기계 조작자 수준으로 끌어내린 셈이다.

Intrinsic은 CNC 시스템 통합업체 Trinity Automation, MartinSystems와 협력해 현장 도입을 돕고 있다. 두 회사는 AI 스킬을 차세대 제품에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ROS 개발자 지원도 계속한다. 프로토타입에서 양산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에는 Foxconn과 대규모 제조 파일럿이 예정돼 있다. 스마트폰·전장 부품 조립 라인에 Intelligence Cell이 실제 투입되는 첫 대형 검증 무대가 된다.

한국 제조 현장에도 시사점이 크다. 숙련 로봇 프로그래머 부족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오랜 고민이다. 무코딩 자동화가 현실화되면 도입 문턱이 낮아지지만, 실전에서는 기존 설비와의 통합, 현장 작업자 재교육, 안전 인증 등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 IntrinsicOS가 국내 설비 환경을 얼마나 폭넓게 지원하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Intrinsic은 개발자 커뮤니티도 키우고 있다. Open Robotics와 공동으로 'AI for Industry Challenge'를 열었다. 전자 조립에서 가장 까다로운 문제인 케이블·커넥터 정밀 조작을 주제로 삼았다. 상금은 18만 달러. Gazebo, Google DeepMind의 MuJoCo, NVIDIA Isaac Sim 등 오픈소스 툴을 활용해 참가팀이 자체 AI 정책을 구현한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115개국 이상에서 1,600개 팀, 5,000명 이상이 등록했다. 시뮬레이션 평가 단계에서 8개 팀이 거의 완벽한 점수를 받았다. 참가자 중 로보틱스 종사자는 14%에 불과하다. 93%가 Python, 73%가 ROS에 능숙하며 47%는 AI·ML·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업계 출신이다. 로봇 바깥의 소프트웨어 인재가 제조 자동화로 몰려드는 흐름을 숫자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