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라인의 로봇 팔이 나사를 조이다 멈췄다. 카메라는 정확한 위치를 포착했지만, 나사가 얼마나 조여졌는지, 재료가 얼마나 눌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시각만으로는 부족했다.

로봇 공학이 오랫동안 외면했던 감각이 있다. 촉각이다.

Daimon Robotics DM-TacClaw 촉각 그리퍼 시연 장면
Daimon Robotics DM-TacClaw 촉각 그리퍼 시연 장면

홍콩 기반 촉각 인지 전문 기업 Daimon Robotics는 Galbot과 함께 ICRA 2026에서 RobOmni를 공개했다. 촉각 감지를 포함한 물리적 상호작용 평가를 위한 첫 번째 전방위 평가 벤치마크다. NVIDIA Isaac Sim 위에 구축됐으며, 파지·삽입·조립·배치 등 수십 가지 접촉 집약적 조작 시나리오를 표준화된 환경에서 측정한다.

왜 지금 촉각인가. Daimon은 스스로 던진 질문을 이렇게 정리한다. "촉각 감지가 실제로 물리적 상호작용을 얼마나 개선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로봇 조작을 향상시키는가. 물리적 AI에 가장 필요한 촉각 데이터는 무엇인가." 이 세 질문에 아직 업계는 공통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물체를 쥘 때 자연스럽게 미끄러짐 여부, 가해지는 힘의 크기, 재질의 단단함, 부품 결합 상태를 손끝으로 판단한다. Daimon의 비전 기반 촉각 센서는 이 감각을 고주파·고해상도로 재현하도록 설계됐다. 접촉력 측정을 넘어 변형, 미끄러짐, 재질 특성, 기하학적 형태, 질감, 연성과 경도까지 다차원 정보를 제공한다.

RobOmni 벤치마크 플랫폼 구성 도표 — 촉각·비전·그리퍼 상태 등 다중 모달 정보 구조
RobOmni 벤치마크 플랫폼 구성 도표 — 촉각·비전·그리퍼 상태 등 다중 모달 정보 구조

RobOmni가 측정하는 항목은 작업 성공률에 그치지 않는다. 조작 효율성, 정교한 조작 능력, 미끄러짐·걸림·충돌·재시도 등 실패 유형, 일반화 견고성까지 다섯 가지 차원에서 성능을 평가한다. 핵심 기능은 '촉각 절제 테스트(tactile ablation testing)'다. 촉각 정보를 포함한 경우와 제외한 경우를 나란히 평가해, 촉각 감지가 실제 작업 성능에 기여하는 수치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가정이 아닌 데이터로 촉각의 가치를 증명하는 구조다.

플랫폼은 Daimon의 DM-TacClaw 촉각 그리퍼 1:1 디지털 트윈을 포함하며, 향후 다섯 손가락 장갑형 시뮬레이션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팔을 포함한 여러 로봇 형태를 단일 프레임워크에서 교차 평가할 수 있고, 대규모 병렬 평가도 지원해 검증 속도를 높인다. 강화학습·모방학습·알고리즘 간 비교도 같은 환경에서 가능하다.

로봇 공학 업계는 인지, 내비게이션, 머신러닝 성능 분야에서는 이미 표준 벤치마크를 갖추고 있다. 촉각 지능만 유독 비어 있었다. 통합된 평가 기준 없이는 시스템 간 비교도, 진척 측정도, 어떤 촉각 접근법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판단도 어렵다.

한국 로봇 산업에도 이 공백은 직접적인 과제다. 현대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기업들이 제조·물류 자동화를 위한 협동로봇과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물리적 조작 능력을 검증할 표준 체계는 아직 없다. 글로벌 벤치마크 표준이 RobOmni처럼 외부에서 확정되면, 국내 기업들은 타인이 만든 잣대로 경쟁력을 측정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Daimon은 RobOmni가 데이터 축적 → 능력 검증 → 모델 반복이라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만들어 산업 전체 발전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곧 실제 로봇 검증도 지원해 시뮬레이션과 현실 간 파이프라인을 단축할 계획이다.

시각이 로봇에게 세상을 보여줬다면, 촉각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을 누가 먼저 만드느냐가, 물리적 AI 경쟁의 다음 국면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