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오스트리아 빈. ICRA 2026 행사장 한편에서 로봇 팔이 슈퍼마켓 선반 앞을 오갔다. 물건을 떨어뜨리고, 집는 데 실패하고, 다시 시도했다. 이 모든 장면이 평가 점수로 환산됐다.

AGIBOT Innovation Technology Co.(지원 로보틱스)가 개최한 'AGIBOT World Challenge 2026'의 오프라인 결선 풍경이다. 27개국에서 526개 연구·기업 팀이 참가했다. 중국과학원, 칭화대,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러시아 Sber Robotics Center, 알리바바, vivo 등 학계와 산업계가 한 무대에 섰다.

AGIBOT World Challenge 2026 오프라인 결선에서 팀들이 실제 로봇을 테스트하고 디버깅하는 장면
AGIBOT World Challenge 2026 오프라인 결선에서 팀들이 실제 로봇을 테스트하고 디버깅하는 장면

대회는 두 트랙으로 나뉘었다. '추론에서 행동으로(R2A)' 트랙은 로봇이 환경을 이해하고 작업을 계획해 물리적으로 실행하는 전 과정을 평가했다. 2025년 조작 트랙에서 진화한 버전으로, 단순 동작 실행을 넘어 언어 이해·공간 추론·제로샷 전이까지 측정 범위를 넓혔다. '세계 모델(WM)' 트랙은 AI가 로봇 행동과 센서 입력을 바탕으로 물리 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상호작용을 모델링하는 능력을 겨뤘다.

결선에서는 AGIBOT G2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통 플랫폼으로 사용했다. R2A 트랙 우승은 vivo 소속 PrismBot(43.47점)이 차지했고, 상하이 RoboParty의 RP-VLA(35.66점), 러시아 GreenVLA(33.19점)가 뒤를 이었다. WM 트랙에서는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와 Amap CV Lab의 공동팀 NeoVerse-ABot이 1위를 가져갔다.

AGIBOT G2 휴머노이드 로봇이 슈퍼마켓 벤치마크 트랙에서 물건을 집는 장면
AGIBOT G2 휴머노이드 로봇이 슈퍼마켓 벤치마크 트랙에서 물건을 집는 장면

이 대회가 단순한 기술 경연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AGIBOT이 채택한 평가 방식 자체가 업계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구현 AI 평가의 주류는 시뮬레이션 점수였다. 가상 환경에서 알고리즘 성능을 측정하고, 그 수치로 모델 우열을 가렸다. 문제는 시뮬레이션 점수가 높아도 실제 배포 환경에서 무너지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이다. 평가 기준과 실제 운용 조건 사이의 간극이 구현 AI 상용화의 만성적 병목이었다.

AGIBOT은 이번 대회에서 온라인 자동 평가와 오프라인 실물 로봇 결선을 결합한 폐루프(closed-loop)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EWMBench와 Genie Sim Benchmark로 시뮬레이션과 실물 테스트 전반에 걸쳐 표준화된 지표와 재현 가능한 결과를 확보했다. 슈퍼마켓 벤치마크 트랙에서는 물건 낙하·파지 실패 같은 비이상적 물리 상호작용을 의도적으로 포함시켰다. API 기반 원격 제어로 참가자 알고리즘이 실제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구조였다.

대회와 함께 AGIBOT은 풀스택 툴체인도 공개했다. AGIBOT WORLD 오픈소스 데이터셋, Genie Sim 3.0, AGIBOT G2 로봇 플랫폼을 묶어 훈련부터 시뮬레이션, 실물 배포까지 검증 경로를 하나로 연결했다. 100개 팀 이상이 공식 기준선을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독일 프라운호퍼 IPA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테스트 벤치마크를 내놨고, 미국 NIST도 휴머노이드 기준 성능 벤치마크를 제안했다. 평가 표준 경쟁이 미·중·유럽 세 축에서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 제조·로봇 기업에도 시사점이 작지 않다. 현대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주요 플레이어들은 하드웨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AI 모델의 실물 성능 검증 인프라는 아직 초기 단계다. AGIBOT이 이번 대회로 구축한 것처럼 표준화된 폐루프 평가 플랫폼을 선점하는 쪽이 글로벌 AI 모델 채택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져간다. 글로벌 벤치마크에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참여하거나, 독자적 검증 환경을 구축해 AI 파트너십의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 현실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AGIBOT은 온라인 시뮬레이션 리더보드 출시, 테스트 과제 확대, 다양화된 벤치마크 도입 계획을 밝혔다. 실물 배포 가능한 시스템으로 구현 AI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