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킨들 마켓플레이스에 AI 생성 도서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그 속도는 인간 작가의 수익 증가를 훨씬 앞지른다.
연구팀은 Pangram v3.3 탐지기로 도서 전문(全文)을 분석해 AI 생성 비율에 따라 세 구간으로 분류했다. AI 텍스트 없음, 경미(25% 이하), 상당(25% 초과). Pangram 개발사가 공개한 오탐률은 0.04%다. 기존 연구들이 미리보기 일부만 분석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전문 기반 분류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카탈로그는 넘치는데, 수익 파이는 그대로
연구 결과를 보면 AI 상당 포함 도서는 카탈로그의 20%를 차지하지만 매출은 12.1%, 수익은 11.3%에 불과하다. AI 미포함 도서는 카탈로그의 62.9%이면서 수익의 72.5%를 가져간다. 표면만 보면 AI 도서는 여전히 하위 시장에 머문 저품질 콘텐츠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 시장 구조를 보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2023년 1분기부터 2026년 1분기 사이, 카탈로그 총량은 38.3배 늘었다. 분기당 실제 판매 타이틀 수는 19.2배 증가했다. 반면 분기 매출은 8.9배 성장에 그쳤다. 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독자 지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간 작가 도서도 권당 수익이 줄었다
더 심각한 신호는 AI 미포함 도서에서 나온다. 8개 장르 가운데 7개에서 2023년 출간작과 2025년 출간작의 동일 출간 후 기간 권당 수익을 비교했을 때 수익이 떨어졌다. AI 도서가 저품질 롱테일을 채워 평균을 끌어내린 것이 아니라, 인간 작가 도서 자체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희석(dilution)'이라 부르면서도, 인과관계가 아닌 관찰·연관 관계임을 명시했다.
유일한 예외는 판타지·초자연·공포 장르다. AI 텍스트 유입이 가장 늦고 비중도 가장 낮은 이 장르에서는 AI 미포함 도서 권당 수익이 오히려 35% 올랐다. 연구팀은 이 역전 현상이 시장 전반의 트렌드가 원인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봤다.
킨들 언리미티드 구독 비중이 높은 장르에서 패턴은 더 뚜렷했다. AI 미포함 도서의 수익 우위가 킨들 언리미티드 비중 낮은 장르보다 8.4%포인트 작았다. 다만 연구팀은 이를 킨들 언리미티드 구조의 직접적 원인으로 연결 짓지는 않았다.
상위권까지 뚫린 AI 도서

시장 하단만의 문제도 아니다. 신규 Top 25 진입작 중 AI 상당 포함 도서 비율은 연구 기간 동안 거의 0에서 31%로 올라섰다. AI 미포함 도서가 Top 25에 분기 연속 잔류하는 비율은 한때 28%까지 떨어졌다가 연구 종료 시점에 62% 수준으로 회복됐다.
생산은 소수 필자에게 집중돼 있다. AI 상당 도서를 낸 385개 필명 중 287개가 첫 AI 도서 이후 월간 출판량을 늘렸다. 가장 수익이 높은 필명 하나는 8개 타이틀로 플랫폼 수수료 전 총수익 170만 달러(약 24억 1,000만 원)를 올렸다. AI 상당 도서 단권 최고 수익은 80,431부 판매로 64만 3,000달러(약 9억 1,000만 원)였다. New York Times가 보도한 'Coral Hart' 사례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한 필자가 21개 필명으로 1년에 로맨스 소설 200편 이상을 출판해 약 5만 부를 팔았다.
저작권 소송에 들어간 증거
연구팀은 상위 판매 AI 도서가 기존 출판물의 희귀 표현을 얼마나 포함하는지도 측정했다. Allen Institute for AI의 infini-gram 도구와 Google Books 색인을 활용해, Google Books 5권 이하에만 등장하고 웹 4.7조 토큰 스냅샷에는 아예 없는 희귀 표현을 추출했다.
AI 상당 포함 상위 50개 타이틀에서 이 희귀 표현이 텍스트의 45%를 덮었다. AI 미포함 상위 50개 타이틀은 37.7%, 수상작·후보작 픽션은 19.1%였다. AI 도서 안에서는 수익이 10배 오를 때마다 희귀 표현 중복률이 7.6%포인트 상승했다. AI 미포함 도서에서는 같은 상관관계가 없었다.

연구 책임자 Chakrabarty는 AI 탐지기가 "합성 텍스트일 가능성의 추정값"만 돌려줄 뿐이지만, 웹에 없고 소수 책에만 존재하는 희귀 표현이 함께 발견되면 "책에서 가져왔다고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증거는 탐지 점수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AI 학습과 인간의 독서를 동일시하는 AI 기업들의 관용적 방어 논리를 반박하는 근거가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저작권 소송에 직접 연결된다. Kadrey v. Meta 소송에서 Vince Chhabria 판사는 2025년 6월 Meta의 손을 들어줬지만, 저작권 도서로 수십억 달러 수익을 올리는 제품을 만들면서 경쟁 저작물을 무한히 쏟아낸다면 공정 이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경고를 남겼다. 당시 원고 측이 시장 희석의 실증 근거를 내놓지 못했는데, 이번 연구가 바로 그 공백을 채우는 자료가 됐다.
아마존은 킨들 다이렉트 퍼블리싱(KDP)에서 AI 활용 시 작가에게 고지 의무를 부과하지만, 그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지는 않는다. 플랫폼은 하루 출판 건수를 3편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유명 작가의 이름과 문체를 모방한 AI 도서 문제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출판 생태계와의 연결
아마존 사례는 국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웹소설·전자책 플랫폼도 AI 생성 콘텐츠 유입 문제를 안고 있다. 플랫폼이 AI 생성 여부를 독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구조, 소수 대량 생산자가 카탈로그를 채우는 패턴, 인간 작가의 권당 수익 하락 압력은 아마존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저작권 분쟁에서 시장 희석의 실증 근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이번 연구의 함의는, 국내 플랫폼 정책과 저작권 논의에도 참조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