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 소리가 가득한 공장 라인. 그 옆에 로봇 한 대가 원단을 집어 들고 정렬한다. 오차는 2mm 이내, 작업 하나에 3초. 사람 손을 흉내 낸 게 아니라, 사람 손이 하던 일을 그대로 가져간 장면이다.
저장성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Zhejiang Humanoid Robot Innovation Center)가 2026년 4월 Jack Technology와 체결한 2,000대 납품 계약은 단순한 수주가 아니다. 글로벌 의류 산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으로 대규모 현장 투입에 들어간 사례다. 이 센터는 2023년 12월 닝보시와 저장대학교 슝룽(Xiong Rong) 교수팀이 공동 설립했다. NAVIAI 라인은 부품의 90%를 중국산으로 조달한다.
숫자로 본 현장 성능
재봉 라인에 투입된 고정형 NAVIAI는 원단 분리 성공률 98%, 작업 1회 사이클 3초, 위치 정렬 오차 ±2mm를 기록했다. 인간 작업자 효율의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정형은 이동이 필요 없는 의류 제조 공정에 특화해 비용을 낮춘 폼팩터다.
NAVIAI 제품군은 세 가지로 나뉜다. 고정형은 재봉·조립 같은 단일 공정 워크스테이션에, 바퀴형 팔 로봇 NAVIAI-WA2는 자재 운반과 물류 라인에, 이족보행형은 계단과 장애물이 있는 환경의 순찰·안내·전시에 각각 투입된다. NAVIAI-WA2는 8자유도(DOF) 인간형 팔을 탑재해 반복 위치 정확도 ±0.02mm, 6시간 연속 구동, 20도 경사 주행이 가능하다.
두뇌 구조는 인지·계획을 담당하는 자율 인지 시스템과 실시간 제어를 맡는 소뇌 수준 제어계로 이중 구성된다. 2026년 5월에는 홍콩중문대학교·저장대학교와 공동으로 RAM을 발표했다. 3차원 공간 모델로, 대형 언어 모델에 검색 가능한 3D 지식을 더해 의미 추론과 정밀 조작 사이의 간극을 줄인다.
닝보에서 유럽·북미로
국내 배치는 이미 진행 중이다. SUPCON, GREE, JACK, FOTILE 등 중국 주요 제조사 현장에 NAVIAI가 깔려 있다. 해외 진출도 2026년 들어 속도를 냈다.
첫 해외 거점은 터키 BEKO 냉장고 공장이다. 유럽 가전 브랜드가 품질 검사 공정을 첫 적용 시나리오로 선택했고, 저장성 센터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지원과 현지 엔지니어링 협업을 맡았다. 3월에는 독일 LogiMAT 2026에서 NAVIAI-WA2가 KION Group과 함께 스마트 물류 시연에 나서 3일 연속 무중단 가동을 기록했다. 7월 북미 최대 로봇 전시회 AUTOMATE 2026에서는 이족보행형 NAVIAI-I2가 정밀 분류·자율 보행·음성 대화를 시연했다. 현장 관객 질문에 영어로 3초 이내 응답했다.
CTO 쉬쉐청(Xu Xuecheng)은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외 그룹사의 국내 사업장에서 제품을 다듬은 뒤 유럽·북미로 복제한다." 타깃 공정도 분명하다. 작업자가 원하지 않는 단순 반복·위험 공정이다.
한국 제조업에 던지는 질문
NAVIAI의 사례는 다른 각도에서 읽힌다. 의류·가전·물류처럼 단순 반복 공정이 많은 제조업에서 휴머노이드가 '시연'이 아니라 '납품'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한국 섬유·의류 제조 현장도 이 전환의 사정권 안에 있다.








